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나는 레바논 베이루트 다히예. / 사진=AP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나는 레바논 베이루트 다히예. / 사진=AP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휴전 협정 초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이스라엘 칸 공영 방송 등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하루만 84명이 숨지는 등 작년 10월 이후 이스라엘군 공격에 따른 레바논 내 사망자가 3754명에 달한다.

헤즈볼라는 이날도 이스라엘 각지에 로켓 등 발사체 약 250기를 발사하는 등 분쟁은 지속되고 있다. 이스라엘 북부에서는 민가가 파괴되고 일부 주민이 로켓 파편에 맞아 다치는 피해가 발생했다. 헤즈볼라는 하루 동안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의 메르카바 전차 6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최대 32만 명의 예비군을 2025년 3월까지 유지하는 예비군 동원령 연장 조치를 했다.

휴전 관련해 하레츠와 Y넷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평화 협상안은 3단계로 구성될 예정이다. 헤즈볼라가 리타니 강 북쪽으로 부대를 철수하는 게 첫 번째다. 무장 병력 철수가 확인되면 이스라엘도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분쟁 국경 지역의 경계를 획정하는 협상을 벌이는 게 마지막 순서다.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기구가 휴전을 감시할 예정이다.

다만 이스라엘은 협상안에 "헤즈볼라가 휴전 조건을 위반하고 레바논 군대와 국제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으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을 미국으로부터 보장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익명의 소식통은 이번 회담에서 협정 체결 후 이스라엘이 레바논 및 시리아 국경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문제도 다뤘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와 휴전 협상과 관련해 미 대통령 특사 아모스 호슈타인을 포함해 고위급 인사들과 협의를 가졌으며 현재 초안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복수의 현지 언론이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군 헤즈볼라가 아닌 레바논 정부군 기지를 실수로 폭격하는 오폭 사고도 있었다. 레바논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레바논 남부 알아미리야에 있는 기지가 공습당해 군인 1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휴전 노력, 남부에 레바논군을 확고히 주둔시키려는 노력, 유엔 결의 1701호 이행을 위한 노력을 모두 거부하는 피비린내 나는 메시지를 보냈다"며 비난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이번 사건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레바논군이 아니라 헤즈볼라 테러 조직을 표적으로 싸우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