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DL이앤씨, 이제는 자사주 소각할 때 [밸류'없' 건설주, '밸류업'할 결심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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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올라도 떨어지고 내리면 더 떨어지는 건설주는 현재 역사적 저점을 갱신 중이다.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자 국가가 나서 '밸류업'에 시동을 걸었지만 건설주에겐 남일일 뿐이다. 증시에 상장된 건설사만 31곳에 달하는데,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엔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밸류업은 커녕 밸류'없'는 건설주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DL이앤씨는 지난 2월 공시를 통해 올해부터 내후년까지 연간 연결 순이익의 25%를 주주들에게 환원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간 지배주주순이익의 15%를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100% 이행한 이후 배당 재원을 제한하지 않고, 규모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건설업종을 커버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밸류업 지수에 건설사가 포함될 수 있다면 그건 DL이앤씨일 거라고 입 모아 말했다.
◆ '안정' 찾다 저평가 늪 '안착'
예상은 빗나갔다. 거래소가 공개한 종목 선정 기준 가운데 수익성과 자본효율성 평가에서 건설업은 일제히 뒤쳐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밸류업 지수에 선정된 산업재 20개 종목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4.4%,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5배였다. 그러나 코스피 상장 건설사 31개 종목의 ROE는 -11.7%, PBR은 0.52배에 불과했다. 적자폭이 컸던 태영건설(-256%)과 삼부토건(-113%)을 제외해도 ROE 평균은 1.04%에 그쳤다. DL이앤씨의 ROE는 지난 2022년 9.7%에서 2023년 4.1%로 반토막 났고, 올해도 4.7%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PBR은 0.3배로 건설주 평균에도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체급 대비 지나치게 방어적인 사업 기조가 고질적인 저평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DL이앤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분기 말 기준 2조2,366억원, 순현금은 1조308억원으로 업계 최정상급 재무 안정성을 유지 중이다. 재무 안전성이 지속가능한 경영의 기본 전제라는 방침 하에 오래 전부터 현금 흐름을 중시해 온 영향이다. 문제는 매출과 이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사업조차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DL이앤씨의 연간 분양 물량은 평균 1만가구로, 비슷한 체급의 다른 건설사들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건설업 자체가 경기민감형 수주산업인 만큼 수익 변동성이 높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고, 수주 시 자산 레버리지를 일으킨다는 특징 때문에 자본효율성만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본업에서까지 몸을 사리며 채운 곳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에 대해 DL이앤씨 관계자는 "현금 활용 등이 보수적이라는 시장의 평가를 잘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부동산 업황과 PF 이슈는 생각보다 훨씬 큰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과 부채비율 등 여러 재무 요소를 다각적으로 검토하면 이만큼은 쌓아놔야 안심하고 사업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주주환원, 진짜 늘어났나요
DL이앤씨는 그동안 연간 지배주주순이익의 15%를 주주에 환원해 왔다. 이 중 10%는 현금으로 돌려주고 5%는 자사주 매입에 썼다. 바뀐 정책에 따르면 연간 연결 순이익의 25%를 환원하되 자사주 매입 비중만 15%로 늘고 현금 배당은 그대로 10%를 유지한다.
약속의 DL이앤씨가 새롭게 한 약속이 주주들의 기대엔 다소 못 미친 이유다. 당장 올해 2월 지급된 배당금부터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해 지배주주 순이익이 1,878억원으로 지난 2022년 4,131억원 대비 급감한 영향이다. 여기에 올해까지는 기존 방식으로 주주환원이 이뤄졌기 때문에 연결 기준 순이익보다 적은 규모의 재원으로 배당이 나갔다.
주주들은 내년부터 연결 기준 순이익을 기준으로 배당금을 받게 된다. 통상 지배주주에 제한된 순이익보다는 자회사 등의 재무를 합친 연결 기준 이익이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배당에 쓰일 재원이 더 늘어난 것 같지만, 이 또한 착시 효과라는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추진된 주식 교환 절차가 올해 초 마무리되면서 연결 종속회사였던 DL건설이 DL이앤씨의 100% 자회사가 됐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부터는 DL이앤씨의 지배주주 순이익과 연결 기준 순이익에 차이가 없어졌고, 이익이 눈에 띄게 성장하지 않는 한 주주들이 받을 배당금도 비슷할 전망이다.
◆ 이제는 진짜 주주환원 '약속' 지킬 때
비록 자사주 매입 규모는 늘렸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주 매입은 소각으로 이어져야 진정한 주가 부양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DL이앤씨는 자회사 DL건설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매입한 자사주 약 1천억원 어치를 전량 소각한다고 밝힌 이후 10% 이상 떨어졌던 주가 하락분을 빠르게 만회한 바 있다. 다만 현재로선 DL이앤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주주가치 증대라는 기본적인 틀 안에서 향후 자사주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꾸준한 실적 성장세가 동반돼야 함은 물론이다. 다행인 점은 성장의 발목을 잡던 원가율이 올해를 기점으로 하향되며 이익 개선 가능성이 감지됐다는 것이다. '주택통' 수장을 맞아 시행한 원가율 점검 효과와 함께 저수익 현장들의 사업이 점차 끝나가서다. 유안타증권은 원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난 2021년~2022년 착공 현장이 올해 하반기만 해도 전체 매출에서 67%를 차지했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47%, 하반기에는 28%로 비중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마진 자체사업을 통한 디벨로퍼로의 변신도 눈 여겨 볼만 하다. 당장 6조원 규모의 백현 MICE 사업이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번지 일원을 전시, 회의, 관광 등 마이스 산업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으로, DL이앤씨가 수주한 금액만 2조4천억원에 달한다. 다만 정부의 대출 조이기로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짙어진 만큼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며 백현마이스처럼 수익성이 검증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주 활동을 펼쳐 나간다는 계획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앞으로도 연간 수주 규모는 금년도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방서후기자 shbang@wowtv.co.kr
DL이앤씨는 지난 2월 공시를 통해 올해부터 내후년까지 연간 연결 순이익의 25%를 주주들에게 환원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간 지배주주순이익의 15%를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100% 이행한 이후 배당 재원을 제한하지 않고, 규모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건설업종을 커버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밸류업 지수에 건설사가 포함될 수 있다면 그건 DL이앤씨일 거라고 입 모아 말했다.
◆ '안정' 찾다 저평가 늪 '안착'
예상은 빗나갔다. 거래소가 공개한 종목 선정 기준 가운데 수익성과 자본효율성 평가에서 건설업은 일제히 뒤쳐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밸류업 지수에 선정된 산업재 20개 종목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4.4%,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5배였다. 그러나 코스피 상장 건설사 31개 종목의 ROE는 -11.7%, PBR은 0.52배에 불과했다. 적자폭이 컸던 태영건설(-256%)과 삼부토건(-113%)을 제외해도 ROE 평균은 1.04%에 그쳤다. DL이앤씨의 ROE는 지난 2022년 9.7%에서 2023년 4.1%로 반토막 났고, 올해도 4.7%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PBR은 0.3배로 건설주 평균에도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체급 대비 지나치게 방어적인 사업 기조가 고질적인 저평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DL이앤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분기 말 기준 2조2,366억원, 순현금은 1조308억원으로 업계 최정상급 재무 안정성을 유지 중이다. 재무 안전성이 지속가능한 경영의 기본 전제라는 방침 하에 오래 전부터 현금 흐름을 중시해 온 영향이다. 문제는 매출과 이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사업조차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DL이앤씨의 연간 분양 물량은 평균 1만가구로, 비슷한 체급의 다른 건설사들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건설업 자체가 경기민감형 수주산업인 만큼 수익 변동성이 높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고, 수주 시 자산 레버리지를 일으킨다는 특징 때문에 자본효율성만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본업에서까지 몸을 사리며 채운 곳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에 대해 DL이앤씨 관계자는 "현금 활용 등이 보수적이라는 시장의 평가를 잘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부동산 업황과 PF 이슈는 생각보다 훨씬 큰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과 부채비율 등 여러 재무 요소를 다각적으로 검토하면 이만큼은 쌓아놔야 안심하고 사업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주주환원, 진짜 늘어났나요
DL이앤씨는 그동안 연간 지배주주순이익의 15%를 주주에 환원해 왔다. 이 중 10%는 현금으로 돌려주고 5%는 자사주 매입에 썼다. 바뀐 정책에 따르면 연간 연결 순이익의 25%를 환원하되 자사주 매입 비중만 15%로 늘고 현금 배당은 그대로 10%를 유지한다.
약속의 DL이앤씨가 새롭게 한 약속이 주주들의 기대엔 다소 못 미친 이유다. 당장 올해 2월 지급된 배당금부터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해 지배주주 순이익이 1,878억원으로 지난 2022년 4,131억원 대비 급감한 영향이다. 여기에 올해까지는 기존 방식으로 주주환원이 이뤄졌기 때문에 연결 기준 순이익보다 적은 규모의 재원으로 배당이 나갔다.
주주들은 내년부터 연결 기준 순이익을 기준으로 배당금을 받게 된다. 통상 지배주주에 제한된 순이익보다는 자회사 등의 재무를 합친 연결 기준 이익이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배당에 쓰일 재원이 더 늘어난 것 같지만, 이 또한 착시 효과라는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추진된 주식 교환 절차가 올해 초 마무리되면서 연결 종속회사였던 DL건설이 DL이앤씨의 100% 자회사가 됐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부터는 DL이앤씨의 지배주주 순이익과 연결 기준 순이익에 차이가 없어졌고, 이익이 눈에 띄게 성장하지 않는 한 주주들이 받을 배당금도 비슷할 전망이다.
◆ 이제는 진짜 주주환원 '약속' 지킬 때
비록 자사주 매입 규모는 늘렸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주 매입은 소각으로 이어져야 진정한 주가 부양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DL이앤씨는 자회사 DL건설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매입한 자사주 약 1천억원 어치를 전량 소각한다고 밝힌 이후 10% 이상 떨어졌던 주가 하락분을 빠르게 만회한 바 있다. 다만 현재로선 DL이앤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주주가치 증대라는 기본적인 틀 안에서 향후 자사주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꾸준한 실적 성장세가 동반돼야 함은 물론이다. 다행인 점은 성장의 발목을 잡던 원가율이 올해를 기점으로 하향되며 이익 개선 가능성이 감지됐다는 것이다. '주택통' 수장을 맞아 시행한 원가율 점검 효과와 함께 저수익 현장들의 사업이 점차 끝나가서다. 유안타증권은 원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난 2021년~2022년 착공 현장이 올해 하반기만 해도 전체 매출에서 67%를 차지했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47%, 하반기에는 28%로 비중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마진 자체사업을 통한 디벨로퍼로의 변신도 눈 여겨 볼만 하다. 당장 6조원 규모의 백현 MICE 사업이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번지 일원을 전시, 회의, 관광 등 마이스 산업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으로, DL이앤씨가 수주한 금액만 2조4천억원에 달한다. 다만 정부의 대출 조이기로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짙어진 만큼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며 백현마이스처럼 수익성이 검증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주 활동을 펼쳐 나간다는 계획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앞으로도 연간 수주 규모는 금년도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방서후기자 shb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