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보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의 그림’…아트멘터리 ‘에드워드 호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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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에드워드 호퍼’ 프리뷰
미국 현대미술 거장 에드워드 호퍼의 삶과 작품세계 조명
미국 현대미술 거장 에드워드 호퍼의 삶과 작품세계 조명
주말이면 사람들로 붐비는 극장의 모습은 옛말이다. 요즘 극장에선 단순히 ‘흥행 예감’이나 마케팅의 힘만 믿고 한 두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만 걸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를 생중계해 야구팬을 끌어모으고, 공연 실황 영화를 틀어 가수 임영웅의 팬덤 '영웅시대'를 모시며 때론 경기장으로, 콘서트장으로 극장의 역할을 확장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한 가지 더. 극장이 그림을 눈에 담고 거장 화가의 삶을 느끼려는 미술 애호가를 위한 또 다른 미술관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일부 극장이 그림을 보고, 화가의 작품세계를 듣는 도슨트 현장으로 바뀐다. 미국의 천재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삶을 들여다보는 아트멘터리(아트+다큐멘터리)인 ‘에드워드 호퍼’가 개봉하면서다. 한국인의 호퍼에 대한 사랑은 이미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이 미국 휘트니미술관과 공동기획해 33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역대급 전시 ‘에드워드 호퍼: 길위에서’에서 증명됐다. 극장에서도 사실 에드워드 호퍼는 그리 낯선 화가가 아니다. 수많은 거장의 작품에서 에드워드 호퍼를 이미 만난 적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서스펜스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1954)이나 ‘글래디에이터2’로 돌아온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1982), 페드로 알무도바르 감독의 작품으로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룸 넥스트 도어’(2024) 같은 명작들의 장면 하나하나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면 처음엔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에 시선을 뺏겼다가, 이내 쓸쓸함에 빠져들곤 한다. 호퍼의 그림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웠지만, 정신적으론 고독했던 20세기 미국을 고스란히 담아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호퍼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불린 이유다. 영화는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 ‘뉴욕의 방’(Room in New York) 등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스크린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그의 생의 궤적을 짚으며 고독과 외로움, 고립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호퍼만의 그림이 그려진 이유를 설명한다. 휘트니 미술관, 시카고 뮤지엄 소속의 전문 도슨트와 카르메니타 히긴보탐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미대 교수 등 전문가들이 직접 호퍼의 예술여정을 전해주는 방식이다. 영화는 호퍼의 어린 시절부터 조명한다. 호퍼의 예술세계가 발아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도록 격려한 어머니, ‘독서광’이라 불릴 정도로 책을 사랑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호퍼는 타고난 예술에 대한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게다가 미국 문화를 이끄는 뉴욕에서 가까이 살았던 덕에 첨단 문화에 노출된 영향도 컸다. 구상적 재현에 대한 의지를 보였던 호퍼의 붓질이 뉴욕예술학교에 들어가 “위대한 화가는 할 말이 있는 사람으로 단순히 사람, 풍경, 가구를 그리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한 로버트 헨리에게 그림을 배우며 다듬어졌다는 사실도 들려준다.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빛과 그림을 연구하며 인상파의 그림을 흡수하면서도 ‘파리지앵’으로 살지 못했던 소심한 호퍼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엄격한 규율을 중시했던 집안에서 자란 호퍼는 자유와 예술의 도시 파리로 건너가서도 교회 사택에 살았고 피카소, 마티스, 모딜리아니 같은 당대 화가들이 모여 살던 몽마르뜨나 사교클럽 물랑루즈는 제대로 가본 적도 없이 빛과 그림자에 몰두해 그림을 그렸다. 인간관계는 협소했고, 말수는 적었으며 그림을 그릴 때면 아내인 조세핀에게도 방해받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호퍼의 성격은 고독이 가득한 그림으로 재현된다. 영화의 포문을 여는 호퍼의 생전 인터뷰는 그를 이해하는 힌트다. 호퍼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현대 화가들이 이 인용문을 들으면 항의하거나 몹시 경멸할 게 자명하지만, 그럼에도 읽어 보겠습니다. 괴테는 이렇게 선언했어요. ‘모든 문학 활동의 시작과 끝은 나를 둘러싼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고, 그건 내 안에 있는 세계를 통해 이뤄진다. 모든 게 이해되고, 연관되고, 재창조되고, 만들어지고, 재구성된다. 개인적인 형태와 독창적인 방식으로.’ 이 말은 근본적으로 회화에도 적용됩니다.” 이달 27일 개봉. 상영시간 98분.
유승목 기자
일부 극장이 그림을 보고, 화가의 작품세계를 듣는 도슨트 현장으로 바뀐다. 미국의 천재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삶을 들여다보는 아트멘터리(아트+다큐멘터리)인 ‘에드워드 호퍼’가 개봉하면서다. 한국인의 호퍼에 대한 사랑은 이미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이 미국 휘트니미술관과 공동기획해 33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역대급 전시 ‘에드워드 호퍼: 길위에서’에서 증명됐다. 극장에서도 사실 에드워드 호퍼는 그리 낯선 화가가 아니다. 수많은 거장의 작품에서 에드워드 호퍼를 이미 만난 적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서스펜스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1954)이나 ‘글래디에이터2’로 돌아온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1982), 페드로 알무도바르 감독의 작품으로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룸 넥스트 도어’(2024) 같은 명작들의 장면 하나하나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면 처음엔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에 시선을 뺏겼다가, 이내 쓸쓸함에 빠져들곤 한다. 호퍼의 그림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웠지만, 정신적으론 고독했던 20세기 미국을 고스란히 담아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호퍼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불린 이유다. 영화는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 ‘뉴욕의 방’(Room in New York) 등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스크린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그의 생의 궤적을 짚으며 고독과 외로움, 고립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호퍼만의 그림이 그려진 이유를 설명한다. 휘트니 미술관, 시카고 뮤지엄 소속의 전문 도슨트와 카르메니타 히긴보탐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미대 교수 등 전문가들이 직접 호퍼의 예술여정을 전해주는 방식이다. 영화는 호퍼의 어린 시절부터 조명한다. 호퍼의 예술세계가 발아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도록 격려한 어머니, ‘독서광’이라 불릴 정도로 책을 사랑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호퍼는 타고난 예술에 대한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게다가 미국 문화를 이끄는 뉴욕에서 가까이 살았던 덕에 첨단 문화에 노출된 영향도 컸다. 구상적 재현에 대한 의지를 보였던 호퍼의 붓질이 뉴욕예술학교에 들어가 “위대한 화가는 할 말이 있는 사람으로 단순히 사람, 풍경, 가구를 그리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한 로버트 헨리에게 그림을 배우며 다듬어졌다는 사실도 들려준다.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빛과 그림을 연구하며 인상파의 그림을 흡수하면서도 ‘파리지앵’으로 살지 못했던 소심한 호퍼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엄격한 규율을 중시했던 집안에서 자란 호퍼는 자유와 예술의 도시 파리로 건너가서도 교회 사택에 살았고 피카소, 마티스, 모딜리아니 같은 당대 화가들이 모여 살던 몽마르뜨나 사교클럽 물랑루즈는 제대로 가본 적도 없이 빛과 그림자에 몰두해 그림을 그렸다. 인간관계는 협소했고, 말수는 적었으며 그림을 그릴 때면 아내인 조세핀에게도 방해받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호퍼의 성격은 고독이 가득한 그림으로 재현된다. 영화의 포문을 여는 호퍼의 생전 인터뷰는 그를 이해하는 힌트다. 호퍼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현대 화가들이 이 인용문을 들으면 항의하거나 몹시 경멸할 게 자명하지만, 그럼에도 읽어 보겠습니다. 괴테는 이렇게 선언했어요. ‘모든 문학 활동의 시작과 끝은 나를 둘러싼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고, 그건 내 안에 있는 세계를 통해 이뤄진다. 모든 게 이해되고, 연관되고, 재창조되고, 만들어지고, 재구성된다. 개인적인 형태와 독창적인 방식으로.’ 이 말은 근본적으로 회화에도 적용됩니다.” 이달 27일 개봉. 상영시간 98분.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