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 위촉 작곡가 신동훈 "이해 말고, 그저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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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첼로 협주곡 '밤의 귀의' 아시아 초연
내달 2일 BBC 프롬스 코리아서 연주
스코틀랜드 심포니 오케 & 한재민 협연
"박물관에 갇히지 않으려면 새 음악 필요해"
내달 2일 BBC 프롬스 코리아서 연주
스코틀랜드 심포니 오케 & 한재민 협연
"박물관에 갇히지 않으려면 새 음악 필요해"
"모든 예술을 이해할 필요는 없고 애초에 완전한 이해란 불가능해요. 현대음악도 마찬가지죠. 이해에 대한 중압감은 내려놓고 그저 듣고, 느끼고, 즐기세요."(작곡가 신동훈)
독일 베를린필 등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신동훈(41)은 현대음악에 대한 세간의 편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체로 비(非)조성음악에 생소한 음악기법이 담긴 탓에 많은 많은 이들에게 현대음악은 곧장 난해함으로 읽힌다.
최근 서면 인터뷰로 만난 신씨는 "많은 사람들이 현대음악은 어렵고, 조성음악은 이해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게 허상일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도 사실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작품입니다. 전문가인 저도 매번 이해에 실패하죠. 그럼에도 다수의 사람들이 이해의 차원을 넘어 사랑하는 것이지요. 이해에 대한 중압감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2019년 영국 비평가협회의 ‘젊은 작곡가상’, 2021년 클라우디오 아바도 작곡상 등 한국 작곡가 최초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다. 서울시향 현대음악 프로그램 ‘아르스 노바’를 통해 당시 상주 작곡가였던 진은숙을 사사했던 그는 진은숙의 수제자에서 전세계 클래식계의 주목을 받는 작곡가로 성장한 것이다. 내달 2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국 최초로 열리는 'BBC 프롬스 코리아'에서 스코틀랜드 심포니, 첼리스트 한재민과 그의 첼로 협주곡 ‘밤의 귀의’를 아시아 초연한다.
밤의 귀의는 베를린필의 ‘아바도 작곡상’을 수상하며 부상으로 위촉받은 작품. 2022년 카라얀 아카데미 50주년 기념 연주회에서 키릴 페트렌코의 지휘와 베를린필 첼로 수석 브루노 델레펠레르(Bruno Delepelaire)의 협연으로 세계 초연됐다. 작품은 오스트리아 시인 게오르그 트라클의 동명의 시에서 따왔다. 곡은 트라클의 시 ‘쇠락’, ‘트럼펫’, ‘겨울 황혼’, ‘밤’, ‘밤의 귀의’ 영감을 받은 다섯 개의 악장으로 이뤄져 있다. 신씨는 "트라클은 1차 세계 대전 전후의 암울하고 광기 가득한 시대상과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개인의 투쟁, 그로인한 절망과 패배감을 시에 녹여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곡에서 첼로는 '개인'이며 끝없이 오케스트라라는 세계와 투쟁하죠. 세상의 풍파에 시달리던 개인은, 4악장 ‘밤’에서 광기로 가득한 춤을 함께 추며, 이윽고 마지막 악장에선 그 밤(죽음 혹은 절망)에 귀의하고 맙니다."
신동훈은 작업하는 동안에는 연주자, 지휘자, 악단과 긴밀히 의견을 나누지만, 이후 해석 자체는 연주자의 재량에 맡긴다고 했다. "겹세로줄을 긋는 것 까지가 작곡가의 역할"이라는 것. "해석은 연주자 고유의 영역입니다. 정말 훌륭한 연주자들과 협업하다 보면 그들의 해석을 통해 되려 제 곡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음악적으로 배우는 경우도 있어요."
그는 낭만주의의 연장선에 있는 음악을 추구해왔다. 그의 작품은 전통 양식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해 전세계 청중의 공감을 얻고있다. 그런 그는 관현악의 경계를 대폭 확장한 구스타프 말러와현대적이면서도 전통과 연결된 음악을 구현한 알반 베르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말러와 알반 베르그는 제 음악적 첫사랑이고. 30대 이후부터는 바흐로부터 많이 배웠습니다. 요즘엔 슈만과 슈베르트를 많이 듣고 공부합니다." 그는 어릴 때 소설가를 꿈꿨던 애독가다. 최근엔 어릴 적 읽었던 고전들을 원서로 다시 읽고 있다고. 토마스 만의 ‘부덴부로크가의 사람들’, 죠지 엘리엇의 ‘미들 마치'를 비롯해 최근에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다시 읽는 중이라고 했다. 그의 여러 작품은 문학에서 영감을 받았다. '카프카의 꿈', '유령같은 고독 위에서' 같은 곡들이 그렇다. "음악과 문학은 시간위에서 직선으로 존재 한다는 측면에서 유사해요. 다만 문학은 어디까지나 영감의 차원이고 작곡은 음과 리듬, 화성을 다루는 일이라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어요."
글자 대신 음표로 창작의 세계를 펼쳐온 그는 앞으로도 그 여정을 이어간다. 그의 달력은 2030년까지 이미 빼곡하다. 내년 1월 베를린 필이 위촉한 비올라 협주곡이 초연되며 이후에는 런던 심포니,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보스턴 심포니 등을 위한 새 곡을 작업한다.
"클래식 음악이 박물관에만 존재하지 않으려면 새 시대의 음악을 계속 만들어 가야 합니다. 각 시대 별로 당대를 반영하는 예술 작품들이 창조됐듯, 우리는 우리 시대를 담은 예술을 창조해야 햐죠."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독일 베를린필 등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신동훈(41)은 현대음악에 대한 세간의 편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체로 비(非)조성음악에 생소한 음악기법이 담긴 탓에 많은 많은 이들에게 현대음악은 곧장 난해함으로 읽힌다.
최근 서면 인터뷰로 만난 신씨는 "많은 사람들이 현대음악은 어렵고, 조성음악은 이해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게 허상일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도 사실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작품입니다. 전문가인 저도 매번 이해에 실패하죠. 그럼에도 다수의 사람들이 이해의 차원을 넘어 사랑하는 것이지요. 이해에 대한 중압감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2019년 영국 비평가협회의 ‘젊은 작곡가상’, 2021년 클라우디오 아바도 작곡상 등 한국 작곡가 최초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다. 서울시향 현대음악 프로그램 ‘아르스 노바’를 통해 당시 상주 작곡가였던 진은숙을 사사했던 그는 진은숙의 수제자에서 전세계 클래식계의 주목을 받는 작곡가로 성장한 것이다. 내달 2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국 최초로 열리는 'BBC 프롬스 코리아'에서 스코틀랜드 심포니, 첼리스트 한재민과 그의 첼로 협주곡 ‘밤의 귀의’를 아시아 초연한다.
밤의 귀의는 베를린필의 ‘아바도 작곡상’을 수상하며 부상으로 위촉받은 작품. 2022년 카라얀 아카데미 50주년 기념 연주회에서 키릴 페트렌코의 지휘와 베를린필 첼로 수석 브루노 델레펠레르(Bruno Delepelaire)의 협연으로 세계 초연됐다. 작품은 오스트리아 시인 게오르그 트라클의 동명의 시에서 따왔다. 곡은 트라클의 시 ‘쇠락’, ‘트럼펫’, ‘겨울 황혼’, ‘밤’, ‘밤의 귀의’ 영감을 받은 다섯 개의 악장으로 이뤄져 있다. 신씨는 "트라클은 1차 세계 대전 전후의 암울하고 광기 가득한 시대상과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개인의 투쟁, 그로인한 절망과 패배감을 시에 녹여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곡에서 첼로는 '개인'이며 끝없이 오케스트라라는 세계와 투쟁하죠. 세상의 풍파에 시달리던 개인은, 4악장 ‘밤’에서 광기로 가득한 춤을 함께 추며, 이윽고 마지막 악장에선 그 밤(죽음 혹은 절망)에 귀의하고 맙니다."
신동훈은 작업하는 동안에는 연주자, 지휘자, 악단과 긴밀히 의견을 나누지만, 이후 해석 자체는 연주자의 재량에 맡긴다고 했다. "겹세로줄을 긋는 것 까지가 작곡가의 역할"이라는 것. "해석은 연주자 고유의 영역입니다. 정말 훌륭한 연주자들과 협업하다 보면 그들의 해석을 통해 되려 제 곡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음악적으로 배우는 경우도 있어요."
그는 낭만주의의 연장선에 있는 음악을 추구해왔다. 그의 작품은 전통 양식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해 전세계 청중의 공감을 얻고있다. 그런 그는 관현악의 경계를 대폭 확장한 구스타프 말러와현대적이면서도 전통과 연결된 음악을 구현한 알반 베르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말러와 알반 베르그는 제 음악적 첫사랑이고. 30대 이후부터는 바흐로부터 많이 배웠습니다. 요즘엔 슈만과 슈베르트를 많이 듣고 공부합니다." 그는 어릴 때 소설가를 꿈꿨던 애독가다. 최근엔 어릴 적 읽었던 고전들을 원서로 다시 읽고 있다고. 토마스 만의 ‘부덴부로크가의 사람들’, 죠지 엘리엇의 ‘미들 마치'를 비롯해 최근에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다시 읽는 중이라고 했다. 그의 여러 작품은 문학에서 영감을 받았다. '카프카의 꿈', '유령같은 고독 위에서' 같은 곡들이 그렇다. "음악과 문학은 시간위에서 직선으로 존재 한다는 측면에서 유사해요. 다만 문학은 어디까지나 영감의 차원이고 작곡은 음과 리듬, 화성을 다루는 일이라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어요."
글자 대신 음표로 창작의 세계를 펼쳐온 그는 앞으로도 그 여정을 이어간다. 그의 달력은 2030년까지 이미 빼곡하다. 내년 1월 베를린 필이 위촉한 비올라 협주곡이 초연되며 이후에는 런던 심포니,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보스턴 심포니 등을 위한 새 곡을 작업한다.
"클래식 음악이 박물관에만 존재하지 않으려면 새 시대의 음악을 계속 만들어 가야 합니다. 각 시대 별로 당대를 반영하는 예술 작품들이 창조됐듯, 우리는 우리 시대를 담은 예술을 창조해야 햐죠."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