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대 명불허전이지만 아쉬운 노래…갈 길 먼 뮤지컬 알라딘

블록버스터 뮤지컬 <알라딘> 리뷰

“소문난 잔치지만, 음식 맛은 덜 들었다”

뮤지컬 알라딘이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10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서 볼 수 있던 화려한 무대와 의상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그 자체로 뮤지컬 팬들에겐 큰 선물이다. 알라딘은 현대 뮤지컬이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함의 극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려하다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초연에서 보여준 모습은 서울에서만 내년 6월까지 공연해야 하는 ‘긴 여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듯 했다.

지난 22일 블록버스터 뮤지컬 알라딘이 무대에 올랐다. 올해는 알라딘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지 딱 10년째 되는 해다. 전 세계 2000만 명 관객을 모았던 ‘메가 히트’ 작품인 만큼 국내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알라딘 역에 김준수·서경수·박강현, 램프의 요정 지니 역에 정성화·정원영·강홍석, 자스민 역에 이성경·민경아·최지혜, 자파 역에 윤선용·임별 등 초호화 캐스팅도 기대를 높였다.

뮤지컬 알라딘은 디즈니의 1992년 원작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약간의 각색과 음악적 변주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알라딘의 기본 스토리를 충실하게 따른다. 아름다운 세상(A Whole new world)을 필두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히트곡도 즐비하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고, 스토리 이해가 쉽다는 점에서 대중적 접근성이 매우 높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란 얘기다.

이날 공연은 한 번쯤 볼만한 뮤지컬로서 알라딘이 갖고 있는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디서도 보기 어려웠던 화려한 의상과 조명 그리고 입체적인 음향은 알라딘의 화려함을 치장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무대는 스케일로 압도했다. 알라딘과 공주 자스민이 마법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나는 하이라이트 장면도 기대 이상이다. 뮤지컬 입문자가 본다면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환상적인 장면임이 틀림없다.

스케일은 충분한데 디테일에선 아쉬운 부분이 여럿 보였다. 알라딘은 빠른 템포의 음악 속에서 안무가 격한 편이다. 김준수의 가사 전달력은 여실히 흔들렸다. 호흡은 가빴고 발성은 부정확해 듣는 이로 하여금 불안함을 느끼게 했다. 지니 역을 맡은 정성화는 빼어난 실력으로 관객과 무대를 압도했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관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다만 소리를 쭉쭉 뻗기보다 동그랗게 말아서 표현하는 정성화의 발성법은 시원시원한 지니의 노래를 기대하는 팬들을 충족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재관람 여부다. 알라딘은 내년 6월까지 서울 공연을 진행한다. 7개월간 장기 공연인 만큼 재관람 관객이 얼마나 되느냐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문제는 재관람을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다. 화려함은 있으나 아직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일부 배우는 시작과 함께 목 상태에 이상이 감지됐다. 알라딘은 관객들이 스토리를 모두 알고 있는 뮤지컬이다. 모두가 아는 맛은 더 맛있게 만들기가 어렵다. 초반부터 스케일 속 디테일을 얼마나 살려내서 관객에게 감동을 주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