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뚫린다고 좋아했는데"…김포 집주인들 '한숨'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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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만에 8000만원 뚝…"집 보러 오는 사람 없다"
대출 규제 앞에선 지하철 연장 호재도 '무색'
"서울 외곽도 하락세…'탈 서울' 지역은 타격 더 크다"
대출 규제 앞에선 지하철 연장 호재도 '무색'
"서울 외곽도 하락세…'탈 서울' 지역은 타격 더 크다"
"지하철 연장 소식에 집값이 좀 오르나 싶더니 대출 규제에 다들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25일 만난 김포시의 한 개업중개사는 "훈풍을 기대하던 차에 된서리를 맞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하철 5호선 연장사업으로 몸값이 치솟던 김포 아파트 시장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김포시 풍무동 '풍무푸르지오' 전용면적 59㎡는 이달 4억8000만원(28층)에 팔렸다. 지난 8월 같은 면적대가 5억6000만원(18층)에 손바뀜한 것과 비교하면 석 달 만에 8000만원 밀린 가격이다. 인근 '풍무센트럴푸르지오' 전용 59㎡도 이달 5억6500만원(10층)에 거래됐다. 지난 8월 6억원(9층)에서 3500만원 낮아졌다.
이들 아파트는 도보 5분 거리에 김포골드라인 풍무역을 두고 있다. 지하철 5호선 연장이 확정되면서 풍무역은 2031년이면 지하철 5호선 환승역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5호선 연장 호재가 뒷받침되는 상황에서도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9월부터 시작된 대출 규제의 영향이라는 게 인근 개업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지난달에는 서민 정책대출 상품인 디딤돌 대출 한도가 기습적으로 줄었다. 디딤돌 대출은 연 소득 6000만원(신혼부부 85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5억원(신혼부부 6억원) 이하의 주택을 매매할 때 최대 2억5000만원(신혼부부 4억원)까지 연 2~3%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정책 대출이다. 정부가 디딤돌 대출 취급을 일부 제한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중은행들은 소액 임차보증금 공제를 적용, 지역별로 대출 한도를 줄였다. 갑작스러운 조치에 시장의 혼선이 커지면서 국토부가 사과하고 관련 조치를 잠시 유예했지만, 내달 2일부터는 서울 5500만원, 경기 4800만원씩 소액 임차보증금 공제가 적용돼 대출 한도가 줄어들 예정이다. 정부가 대출을 조이면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서민 아파트 시장 분위기기도 차갑게 식어버렸다.
단지 내 개업중개사는 "유입되는 매수세가 없어 매도가 급한 집주인들은 가격을 낮추는 상황"이라며 "7, 8월만 하더라도 지하철 5호선 연장 기대감으로 인해 집을 보러 오는 손님들이 있었지만, 9월부터는 발길이 뚝 끊겼다"고 설명했다. 다른 개업중개사도 "지하철 5호선 연장 호재는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며 "아직 7년이나 남아있기도 하지만, 호재가 무색할 정도로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격이 하락하는 단지도 늘어가는 추세다. 걸포동 '한강메트로자이1단지' 전용 59㎡는 이달 5억6200만원(36층)에 손바뀜되며 직전 거래인 8월 5억9000만원(36층) 대비 2800만원 내렸다. 장기동 '한강센트럴자이2단지' 전용 84㎡도 이달 5억1300만원(22층)에 거래됐다. 지난 8월 5억6000만원(18층)과 비교하면 석 달 만에 4700만원 떨어졌다.
매수세가 끊기면서 가격은 내려가고 매물은 쌓여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김포시 집값은 7월 0.26%, 8월 0.29%, 9월 0.17%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10월 0.08% 하락 전환했다. 이달 들어서도 0.07% 내림세를 보였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은 김포시 매물이 이달 들어 9602건까지 늘어나며 1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 8월 8518건까지 줄었던 것에 비해 1018건(12.7%) 증가한 수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 외곽도 관망세로 돌아서며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인 만큼 '탈 서울' 지역인 김포는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 규제로 인해 시장에 돈이 돌지 않고 있어 집값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교통 호재도 개통이 임박해야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