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 하면 임금도 무조건 똑같아야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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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임금이란 근로제공의 대가이므로 동일한 일을 하는 경우에는 동일한 임금을 주는 것이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이와 같은 원칙이 관철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회사들에서는 근속연수(호봉)에 따라 임금을 받을 뿐이지, 구체적으로 근로자들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에 따라 임금을 받지 않는다.
사실 근로계약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사적인 계약이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서 근로자별로 다른 근로조건을 정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마태복음 제20장의 포도원 품꾼의 비유에서도 처음부터 일했던 일꾼들이 맨 마지막에 온 일꾼들과 동일한 일당을 받은 것에 대하여 항의하자 포도원의 주인은 일꾼들에게 품삯을 어떻게 줄 것인지는 주인의 맘이라고 항변하였던 것을 보더라도 이와 같은 원칙은 고래로 이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취지로 노동법에서는,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5조), 취업규칙의 법리(근로기준법 제97조) 등을 통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의 근로조건의 통일을 꾀하고 있기는 하나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 서로 다른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대법원은 하나의 기업 내에 여러 개의 취업규칙이 있는 것도 가능하고(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누15698 판결), 신규입사자에 대해서만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45165 판결).
물론 근로자들 사이의 임금의 차등이 법률이 금지하는 차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연령에 의한 차별이 되는 경우는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임금의 차등이 성별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 이와 같은 점에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는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이른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최근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성별로 인한 차별 뿐만 아니라 차별의 전 영역에 확대하려고 하는 시도들이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성, 국적·신앙,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하는 차별 처우 금지만을 규정하고 있고, 고용형태로 인한 차별이 근로기준법 제6조에 의한 차별이 아니라고 하는 하급심 판례들이 늘어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많이 원용되는 판결은 전업 시간강사와 비전업 시간강사 사이의 강사료 차등 지급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2019. 3. 14. 선고 2015두46321)이다. 예를 들어,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2023. 8. 17. 선고 2020가합106488)에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남녀차별 이외의 다른 유형의 차별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기까지 하였다(다만, 해당 판결은 항소심에서 취소되었다).
그러나 해당 판결에서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하고 있는 균등대우원칙이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은 어느 것이나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립대학의 장으로서 행정청의 지위에 있는 총장으로서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됨은 물론 그 밖에 근로계약상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하였다. 즉, 해당 판결에서 대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를 직접 적용한 것이 아니라 행정청의 지위에 있는 국립대학 총장에 대하여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해당 대법원 판결이 일반적으로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를 남녀차별 이외의 다른 유형의 차별에까지 확대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원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의 규정은 성별에 의한 임금차별을 금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제1조 목적에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여 남녀고용평등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해당 조항이 속한 남녀고용평등법 제2장의 제목은 “고용에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보장 및 대우 등”이며, 제1절 역시 “남녀의 평등한 기회보장 및 대우”이다. 이를 보더라도 해당 조항의 입법목적은 성별에 의한 임금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지, 다른 유형의 차별까지 포괄하여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을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만약 그렇다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입법, 연령차별을 금지하는 입법 등을 할 이유가 없다. 나아가 해당 조항은 남녀간에 수행하는 노동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동일 노동”이 아니라 “동일 가치 노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까지 하였다. 이와 같은 점에서 해당 조항을 이유로 이른바 남녀고용평등법상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고용의 전 영역에서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규정은 형벌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므로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고, 별다른 입법 없이 해석으로 차별의 다른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은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도 위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해 보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우리 노동법에서 관철되는 원칙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부 하급심에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폭넓게 원용하여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 사이의 임금 차등을 시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원지방법원 2024. 7. 17. 선고 2021가합10039 판결에서는 합병으로 인해 근로조건이 이원화되었던 사안에서 소멸회사의 근로자들과 존속회사 근로자들 사이의 임금 차등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하급심의 경향은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의 적용범위를 입법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지나치게 넓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무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관련하여 대법원이 명확하게 그 적용범위를 정리하기까지 하급심에서 확대 적용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이 우려스럽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각 기업에서는 이에 대응하여 임금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사실 근로계약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사적인 계약이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서 근로자별로 다른 근로조건을 정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마태복음 제20장의 포도원 품꾼의 비유에서도 처음부터 일했던 일꾼들이 맨 마지막에 온 일꾼들과 동일한 일당을 받은 것에 대하여 항의하자 포도원의 주인은 일꾼들에게 품삯을 어떻게 줄 것인지는 주인의 맘이라고 항변하였던 것을 보더라도 이와 같은 원칙은 고래로 이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취지로 노동법에서는,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5조), 취업규칙의 법리(근로기준법 제97조) 등을 통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의 근로조건의 통일을 꾀하고 있기는 하나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 서로 다른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대법원은 하나의 기업 내에 여러 개의 취업규칙이 있는 것도 가능하고(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누15698 판결), 신규입사자에 대해서만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45165 판결).
물론 근로자들 사이의 임금의 차등이 법률이 금지하는 차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연령에 의한 차별이 되는 경우는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임금의 차등이 성별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 이와 같은 점에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는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이른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최근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성별로 인한 차별 뿐만 아니라 차별의 전 영역에 확대하려고 하는 시도들이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성, 국적·신앙,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하는 차별 처우 금지만을 규정하고 있고, 고용형태로 인한 차별이 근로기준법 제6조에 의한 차별이 아니라고 하는 하급심 판례들이 늘어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많이 원용되는 판결은 전업 시간강사와 비전업 시간강사 사이의 강사료 차등 지급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2019. 3. 14. 선고 2015두46321)이다. 예를 들어,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2023. 8. 17. 선고 2020가합106488)에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남녀차별 이외의 다른 유형의 차별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기까지 하였다(다만, 해당 판결은 항소심에서 취소되었다).
그러나 해당 판결에서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하고 있는 균등대우원칙이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은 어느 것이나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립대학의 장으로서 행정청의 지위에 있는 총장으로서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됨은 물론 그 밖에 근로계약상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하였다. 즉, 해당 판결에서 대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를 직접 적용한 것이 아니라 행정청의 지위에 있는 국립대학 총장에 대하여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해당 대법원 판결이 일반적으로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를 남녀차별 이외의 다른 유형의 차별에까지 확대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원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의 규정은 성별에 의한 임금차별을 금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제1조 목적에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여 남녀고용평등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해당 조항이 속한 남녀고용평등법 제2장의 제목은 “고용에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보장 및 대우 등”이며, 제1절 역시 “남녀의 평등한 기회보장 및 대우”이다. 이를 보더라도 해당 조항의 입법목적은 성별에 의한 임금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지, 다른 유형의 차별까지 포괄하여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을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만약 그렇다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입법, 연령차별을 금지하는 입법 등을 할 이유가 없다. 나아가 해당 조항은 남녀간에 수행하는 노동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동일 노동”이 아니라 “동일 가치 노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까지 하였다. 이와 같은 점에서 해당 조항을 이유로 이른바 남녀고용평등법상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고용의 전 영역에서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규정은 형벌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므로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고, 별다른 입법 없이 해석으로 차별의 다른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은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도 위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해 보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우리 노동법에서 관철되는 원칙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부 하급심에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폭넓게 원용하여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 사이의 임금 차등을 시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원지방법원 2024. 7. 17. 선고 2021가합10039 판결에서는 합병으로 인해 근로조건이 이원화되었던 사안에서 소멸회사의 근로자들과 존속회사 근로자들 사이의 임금 차등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하급심의 경향은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의 적용범위를 입법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지나치게 넓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무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관련하여 대법원이 명확하게 그 적용범위를 정리하기까지 하급심에서 확대 적용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이 우려스럽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각 기업에서는 이에 대응하여 임금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