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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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약품그룹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하던 시절에 사익을 추구하려 막대한 규모의 회사 자원을 외부로 유출하는 의사결정을 했다고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25일 비판했다.

형제 측이 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주총회를 사흘 앞둔 이날 배포한 참고자료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최근 4년동안 송 회장이 2002년 설립한 가현문화재단에 120억원을 기부했다.

이 기부금은 미술관 설립에 투입되고 있다고 형제 측은 주장했다. 가현문화재단은 최근 삼청동과 방이동에 잇따라 미술관을 개관했고, 김포에도 개관할 예정이다.

형제 측은 “송 회장은 현재도 미술관 관장이라는 지위로 (가현문화재단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 재단의 미술관 사업은 한미약품그룹의 제약바이오사업과 무관하고 아무런 수익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표면적으로는 문화 사업을 표방하지만, 송영숙 회장의 개인 권력 강화와 자금 세탁의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룹 계열사인 온라인팜의 장기 임대차 계약도 문제삼았다. 형제 측에 따르면 임주현 부회장은 온라인팜 대표이사에게 지시해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소재 예화랑 건물에 대해 20년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임대차 조건은 보증금 48억원에 월세 4억원이라고 한다.

형제 측은 “예화랑 건물은 아직 완공도 되지 않은 건물”이라며 “입주는커녕 준공도 되지 않은 건물 임자를 위해 계약 체결 후 닷새만에 48억원을 선입금한 건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료 역시 시세 대비 30% 이상 비싸고, 20년 계약은 업계 관행을 무시한 초장기 계약”이라며 “계약 조건대로라면 온라인팜은 향후 20년간 1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지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팜의 작년말 기준 자본금은 40억원으로, 예화랑 건물 임대차보증금에 못 미친다.

형제 측은 “해당 계약으로 온라인팜은 향후 만성 적자 구조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1000억원 규모의 현금이 지출될 수 있는 큰 의사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팜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형제 측은 이 같은 대주주의 사익추구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한미약품그룹에 핵심 거버넌스 기구를 신설하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주주가치제고위원회,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위원회, 임원평가위원회, 사외이사후보위원회 등을 설립하겠다고 설명했다.

형제 측은 모녀 측과 개인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자 연합에 대해 “한미약품그룹의 중장기 발전보다 사적 이익 내지 단기이익에만 집중하고 있고, 그룹을 이끌 자질과 역량이 크게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자연합이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총에 올린 △이사회 정원을 늘리는 정관 변경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등의 안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한미약품그룹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을 확보한 임종윤·종훈 형제 측과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주장하며 지주사 이사회 재편을 요구하는 3인 연합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