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변 있냐 없냐' 따라 집값 극과극…서울 도심 水세권이 뜬다
홍제천, 도림천에 이어 세곡천 인근 단지가 최근 감성을 자극하는 '수(水)세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천변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쉼터를 비롯해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가 설치된 ‘물맞이공원’이 중심이다. 이곳에 자연·생태체험이 가능한 테라스, 클라이밍 등이 가능한 사면놀이터가 마련돼 있다.
서울시는 지역 곳곳에 흐르는 총 334㎞에 이르는 작은 하천 78개와 실개천 수변공간을 시민의 여가·문화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른바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프로젝트다.
'수변 있냐 없냐' 따라 집값 극과극…서울 도심 水세권이 뜬다
그동안 서울 시내 작은 하천이 이른바 인근 주민이 이용하기 편한 '수세권'으로 바뀌었다. 지난해부터 차례로 선보인 홍제천 홍제폭포카페(1호), 관악구 도림천 공유형 수변테라스(2호), 동작구 도림천 주민커뮤니티(3호), 홍제천 상류 역사문화 공간(4호) 등이다. 새로운 수세권으로 바뀌면서 사람이 몰리고 지역이 활성화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 감성 하천 올해 3곳 추가 조성

그동안 서울시내엔 많은 하천이 있지만 하천의 기능적 역할만 했을 뿐 문화적,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역할을 크지 않았다. 서울시가 수변감성도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다.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프로젝트는 시 전역에 흐르는 물길을 따라 지역의 특성을 바탕으로 문화, 경제, 휴식·여가가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수변공간을 만드는 ‘수변활력거점’ 조성 사업이다.
'수변 있냐 없냐' 따라 집값 극과극…서울 도심 水세권이 뜬다
서울시는 홍제천 도림천 등 서울 내 개발이 더딘 지역을 중심으로 수변개발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한강과 강남권 일대에 집중돼 있는 수변개발을 외곽으로 확산시키는 이른바 서울시 균형발전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의 이같은 수변공간이 단순 휴식공간을 넘어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1호 수변공간인 홍제천에 조성한 홍제폭포 인근에는 ‘카페폭포’가 운영 중이다. 개장 후 약 1년 6개월 만에 140만명이 방문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고가 밑 낙후된 주차장과 창고를 정비해 재탄생시킨 ‘카페폭포’는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해외 SNS에서 누적 조회 수 3000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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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1자치구 1수변활성화거점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까지 성북천, 구파발천, 우이천, 안양천 등 21개 자치구에 총 27곳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세곡천 외에도 서대문구 불광천, 은평구 불광천, 강동구 고덕천이 올해 안에 조성을 끝낸다.

단순히 지천 정리사업을 넘어 하천과 지천을 산책·운동 등 일반적인 활용을 넘어 문화생활과 여가, 예술 등 시민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지역 경쟁력을 높여 결국 해당 지역 내 부동산 경쟁력 강화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전역을 흐르는 334㎞ 수변공간은 서울의 한강과 지천을 보석으로 다듬어 시민께 되돌려 드리겠다는 비전”이라며 “내 집 가까이에서 휴식과 여가는 물론이고 다채로운 문화생활과 자연환경을 즐기는 일상 속 힐링 공간으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변 여부에 따라 가격차 뚜렷

서울시가 이처럼 하천과 지천을 개발하고 탈바꿈하는 이유는 강과 하천, 호수 등과 가까운 이른바 '워터프론트'가 사람의 많은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서울 한강 인근 아파트는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물론 서울 외곽과 수도권에서도 하천변은 주거 단지로서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워터프론트 입지의 장점은 높은 희소성이다. 부산, 강릉 같은 해양 도시를 제외하면 수도권 주거지에서 수변공간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수변공간 자체도 매력적 입지인데 '홍제천'과 '세곡천'처럼 이를 공원화하거나 문화공간화할 경우엔 그 가치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게 부동산업계의 의견이다.
'수변 있냐 없냐' 따라 집값 극과극…서울 도심 水세권이 뜬다
수변공간이 인접한 지역의 집값은 그렇지 않으 지역보다 더 높게 형성된다. 한강변 아파트는 최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강과 바로 인접한 경기 하남시 ‘하남유니온시티에일린의뜰(754가구)’ 전용 84㎡는 지난달 9억4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시세는 10억~10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반면 이 단지에 비해 한강까지 4㎞ 떨어진 ‘하남한솔솔파크(616가구)’는 같은 면적이 이달 7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5호선 하남시청역세권 아파트지만 한강까지 먼 탓에 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다. 수변 여부에 따라 아파트의 가치가 다르게 평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수변 있냐 없냐' 따라 집값 극과극…서울 도심 水세권이 뜬다
지난달 서초구 소재 ‘아크로 리버파크’(2016년 입주) 전용 84㎡ 실거래가는 54억 8000만원(13층)으로 이 아파트 올해 최고가에 매매가 성사됐다. 이는 지난해 6월 43억원(9층)보다 11억8000만 원이 상승한 가격이다. 이 아파트는 주변에 한강과 함께 반포한강공원이 자리하고 있는 대표적인 수변 단지다.

동작구 ‘래미안 트윈파크’(2011년 입주) 전용 84㎡ 실거래가 역시 지난 9일 17억원(13층)으로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다. 1년 4개월 전 실거래가 14억6000만원(14층)보다 2억4000만 원이 올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과 하천 등을 조망할 수 있는 아파트 상당수가 올해 청약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며 "한강변이 부촌으로 자리 잡았듯 강이나 하천을 따라 조성되는 아파트가 그 지역의 대장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