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인근 군부대 협의회에서 만난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 연합사령관(왼쪽부터), 구본영 삼성전자 텍사스 법인장, 김종욱 한국카투사연합회 명예회장. 김종욱 명예회장 제공
지난 5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인근 군부대 협의회에서 만난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 연합사령관(왼쪽부터), 구본영 삼성전자 텍사스 법인장, 김종욱 한국카투사연합회 명예회장. 김종욱 명예회장 제공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미군 베테랑(전역자)을 대거 채용하면서 ‘윈윈’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한·미 혈맹은 더 단단해질 것이다.”

김종욱 한국카투사연합회 명예회장(69·스위스포트코리아 회장)의 말이다. 그는 10년 넘게 매년 미국을 찾아 주한미군을 거쳐 간 미군 주요 지휘관과 교류하고 있다. 그가 회장, 이사 등을 맡은 주한미군전우회(KDVA), 한미동맹재단(KUSAF), 카투사연합회 등이 주최하는 행사를 통해서다. 주한미군 사령관을 지낸 뒤 퇴역한 빈센트 브룩스 장군, 로버트 에이브럼스 장군, 월터 샤프 장군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장군 등이 대표적이다. 현 주한미군 사령관인 폴 러캐머라 장군, 차기 사령관으로 내정된 자비에르 브런슨 장군과도 친분이 깊다.

김 회장이 최근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것은 이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에 배터리, 반도체 등 여러 공장을 보유한 한국 기업과 주변 미군기지를 연결하는 일이다. 이들 기지에서는 매달 베테랑 수백 명이 전역한다. 미군은 이들에게 인근 한국 기업에서 제공하는 질 좋은 일자리를 알선할 수 있고, 한국 기업은 잘 훈련된 전역자로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구체적으로 테네시주에 세탁기 공장을 운영하는 LG전자와 주변 포트 캠벌의 인사 담당 장교가 만나게 주선하고, 앨라배마·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기아 공장은 포트 베닝을 짝지어줬다. 김 회장은 “포트 베닝에 미 육군훈련소가 있는데 훈련소장이 마침 한국 주둔 미 8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사람”이라며 “지난해 애틀랜타에서 만나 현대차·기아 공장 담당자를 연결해줬다”고 설명했다. 또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 두 곳을 보유한 삼성전자와는 포트 샘휴스턴, 포트 카부자스 등을 연결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텍사스 지역의 군 예비역 단체 및 인근 군부대와 협의회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만난다. 올해 5월 협의회 때는 김 회장의 초대로 브룩스 장군과 미 2사단장을 지낸 스콧 맥킨 장군도 참석했다. 김 회장은 “삼성전자에만 수백 명의 전역자가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포트코리아를 설립해 물류사업을 하는 김 회장은 주한미군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한국 기업뿐 아니라 한·미 동맹까지 더 강화된다고 믿는다. 김 회장은 “6·25전쟁 참전용사 190만 명과 휴전협정 이후 한국을 거쳐 간 미군이 약 500만 명”이라며 “한국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을 연결하면 미국에서 한국에 긍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에는 전통적 외교를 넘어 비즈니스 마인드로 상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1977년 카투사로 입대했다. 군대에서 배운 영어와 컴퓨터 실력으로 글로벌 물류 사업에 뛰어든 그는 2013년 카투사연합회가 설립된 뒤 2018년까지 1·2대 회장을 지냈다. 2017년에는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 출범의 산파 역할을 했다. 한국을 거쳐 간 장병 3만 명이 가입한 주한미군전우회는 미국 내 대표적 친한 단체로 자리매김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