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가창력으로 끌어낸 격정의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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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엠
서울시오페라단 나흘간 공연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작
서선영·황수미·정인호·김태한
국제 콩쿠르 우승자들 총출동
연출과 무대 디자인도 수준급
서울시오페라단 나흘간 공연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작
서선영·황수미·정인호·김태한
국제 콩쿠르 우승자들 총출동
연출과 무대 디자인도 수준급
“일 미오 드람마, 라르덴테 미오 드람마 치 스칼디(Il mio dramma, l’ardente mio dramma ci scaldi).”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오페라 ‘라보엠’ 1막은 “나의 드라마, 나의 불타는 드라마가 우리를 데워주길”이라고 노래한다. 주인공 로돌포가 자신의 연극 대본이 쓰인 종이를 태우며 다락방의 한기를 누그러뜨리는 장면에서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추위를 이기려 작품을 태우는 모습은 보헤미안의 비극적 러브 스토리를 암시한다. 시골에서 상경해 수를 놓으며 살아가는 미미의 죽음으로 끝나는 사랑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라보엠’은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한 무대다. ‘라보엠’은 ‘토스카’ ‘나비부인’과 함께 푸치니의 3대 명작으로 꼽힌다.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정경>을 원작으로 루이지 일리카와 주세페 자코자가 쓴 대본에 푸치니가 음악을 입혔다.
서울시오페라단은 국제 콩쿠르 우승 경력이 있는 성악가를 대거 투입해 공연 전부터 관심을 불러 모았다.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우승자 소프라노 서선영과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소프라노 황수미는 여주인공 미미 역으로 출연해 제 몫을 다했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바리톤 김태한은 멀리까지 잘 들리는 고급 퀄리티의 음색으로 마르첼로를 소화했고, 차이콥스키 콩쿠르 준우승에 빛나는 베이스 정인호는 한국을 대표할 저음 가수의 등장을 기대하게 하는 무대를 보여줬다.
A팀 성악가들은 경험과 연륜에서 오는 안정감 있는 무대를, B팀은 젊음의 에너지가 넘치는 무대를 보여줬다. 특히 A팀의 마르첼로 이승왕(바리톤)은 자신감 넘치는 연기와 가창을 보여주며 오페라 무대에서 노래하는 성악가에게 콩쿠르 경력보다 무대에서 쌓은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다만 베르디 국제콩쿠르와 프랑스 툴루즈 국제콩쿠르 등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테너 김정훈(로돌포 역)은 이탈리아 테너를 연상하게 하는 ‘멜로키 창법’을 구사했으나 독창과 이중창 장면에서 음량이 들쑥날쑥해 한국 오페라 데뷔 무대에서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최희준이 이끈 국립심포니는 열정적인 템포를 서서히 받쳐주며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엄숙정의 연출은 관객의 몰입을 빼앗기 쉬운 어린이 합창단의 노래와 연기 등 작은 디테일까지 조련해내며 관객의 집중력을 흩뜨리지 않았다. 2막에서 무제타의 아리아 ‘홀로 거닐 때면’을 부르는 장면에서 주인공과 달리 합창단, 연기자 등 군중은 슬로모션으로 움직여 주인공의 연기에 시선이 가게 하는 연출 효과를 보여줬다.
무대 디자이너 김현정은 오페라의 배경인 프랑스 파리를 사실주의에 입각해 구현했다. 일생 캔버스에 파리를 담아온 미셸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무대로 관객에게 집시들이 사랑한 도시 파리 한복판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번 ‘라보엠’ 공연을 통해 제작 능력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악가, 연출가, 무대 미술이 함께 쓴 드라마는 관객의 가슴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열악한 음향 조건과 광활한 공간을 극복하고 작품의 감동을 전달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오페라 ‘라보엠’ 1막은 “나의 드라마, 나의 불타는 드라마가 우리를 데워주길”이라고 노래한다. 주인공 로돌포가 자신의 연극 대본이 쓰인 종이를 태우며 다락방의 한기를 누그러뜨리는 장면에서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추위를 이기려 작품을 태우는 모습은 보헤미안의 비극적 러브 스토리를 암시한다. 시골에서 상경해 수를 놓으며 살아가는 미미의 죽음으로 끝나는 사랑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라보엠’은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한 무대다. ‘라보엠’은 ‘토스카’ ‘나비부인’과 함께 푸치니의 3대 명작으로 꼽힌다.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정경>을 원작으로 루이지 일리카와 주세페 자코자가 쓴 대본에 푸치니가 음악을 입혔다.
서울시오페라단은 국제 콩쿠르 우승 경력이 있는 성악가를 대거 투입해 공연 전부터 관심을 불러 모았다.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우승자 소프라노 서선영과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소프라노 황수미는 여주인공 미미 역으로 출연해 제 몫을 다했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바리톤 김태한은 멀리까지 잘 들리는 고급 퀄리티의 음색으로 마르첼로를 소화했고, 차이콥스키 콩쿠르 준우승에 빛나는 베이스 정인호는 한국을 대표할 저음 가수의 등장을 기대하게 하는 무대를 보여줬다.
A팀 성악가들은 경험과 연륜에서 오는 안정감 있는 무대를, B팀은 젊음의 에너지가 넘치는 무대를 보여줬다. 특히 A팀의 마르첼로 이승왕(바리톤)은 자신감 넘치는 연기와 가창을 보여주며 오페라 무대에서 노래하는 성악가에게 콩쿠르 경력보다 무대에서 쌓은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다만 베르디 국제콩쿠르와 프랑스 툴루즈 국제콩쿠르 등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테너 김정훈(로돌포 역)은 이탈리아 테너를 연상하게 하는 ‘멜로키 창법’을 구사했으나 독창과 이중창 장면에서 음량이 들쑥날쑥해 한국 오페라 데뷔 무대에서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최희준이 이끈 국립심포니는 열정적인 템포를 서서히 받쳐주며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엄숙정의 연출은 관객의 몰입을 빼앗기 쉬운 어린이 합창단의 노래와 연기 등 작은 디테일까지 조련해내며 관객의 집중력을 흩뜨리지 않았다. 2막에서 무제타의 아리아 ‘홀로 거닐 때면’을 부르는 장면에서 주인공과 달리 합창단, 연기자 등 군중은 슬로모션으로 움직여 주인공의 연기에 시선이 가게 하는 연출 효과를 보여줬다.
무대 디자이너 김현정은 오페라의 배경인 프랑스 파리를 사실주의에 입각해 구현했다. 일생 캔버스에 파리를 담아온 미셸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무대로 관객에게 집시들이 사랑한 도시 파리 한복판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번 ‘라보엠’ 공연을 통해 제작 능력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악가, 연출가, 무대 미술이 함께 쓴 드라마는 관객의 가슴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열악한 음향 조건과 광활한 공간을 극복하고 작품의 감동을 전달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