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경남 사천 은성중공업 조선소에서 열린 한강버스 진수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경남 사천 은성중공업 조선소에서 열린 한강버스 진수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25일 오후 1시 경남 사천 초전리 사천제2산업단지 내 해안가. 거대한 크레인이 조선소 독에 놓여 있던 배 한 척을 천천히 끌어올리자 행사장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도끼로 진수선을 끊자 서서히 내려간 배가 물 위에 안착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대 숙원 사업 중 하나인 한강버스가 일반에 첫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서울시는 이날 사천에서 내년 3월부터 운항할 한강버스 2척의 진수식을 열었다. 진수식은 새로 제작한 선박을 선대나 독에서 처음으로 물에 띄우기 전 무사 운항을 기원하는 행사다. 진수선을 여성이 자르는 전통에 따라 서울시의회 첫 여성 의장인 최 의장이 중책을 맡았다.

오 시장은 2006년 첫 임기 때부터 한강을 교통 수로화하는 사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2007년 수상콜택시(승선 인원 8명)가 출범했지만 당시로선 비싼 가격(인당 5000원)에다 불편한 한강 접근성 탓에 이용률이 극히 저조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2021년 시장직에 복귀하자마자 수상콜택시를 업그레이드한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작년 3월 영국 런던을 방문해 주요 도심 지역을 잇는 템스강 리버버스를 타본 뒤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꿈에 그리던 실물을 본 오 시장은 감격해 축사를 하던 도중 잠시 울먹거리기도 했다.

오 시장은 “한강버스는 한강에 단순히 배 몇 척이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이 베이글을 먹고 여유롭게 한강 경치를 감상하며 출퇴근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하나 더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박은 두 선체를 나란히 붙인 ‘쌍동선’ 형태다. 시공사 은성중공업 관계자는 “한강에서 속도감 있게 운항하면서도 선박 항해로 발생하는 파도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강 교량을 지나야 하는 만큼 선체는 약 7.45m 높이로 다소 납작하게 제작됐다.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료와 전기 모두 사용하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추진체를 적용했다.

내부에선 어디서나 한강의 야경과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파노라마형 통창이 장착됐다. 자전거 거치대 총 8개와 휠체어 전용 4석도 설치됐다. 다만 한강버스 안에서 업무를 보기엔 다소 불편했다. 앞 좌석에 붙은 받침대는 13인치짜리 노트북을 간신히 놓을 수 있는 크기였다.

배는 조만간 서해안을 따라 항해를 시작해 12월 말 한강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3월 말~4월께 본격 운항을 시작한다.

시 관계자는 “나머지 선박 10척도 순차적으로 건조해 한강에 띄울 계획”이라고 했다.

사천=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