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출·보증 한도규제 확 풀어 첨단산업 살려야"
산업은행이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산업에 대한 대규모 자금 지원을 막는 현행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해 달라고 금융당국에 공개 호소했다. ‘트럼프 스톰(폭풍)’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주력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동일인·동일차주 대출 한도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산은은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산업정책과 정책금융이 만들어가는 미래’를 주제로 한 ‘넥스트 100 포럼’을 열었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 김병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사진)은 개회사를 통해 “선진국과의 기술력 격차를 좁힐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산업별 지원 방안을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로 행사를 기획했다”고 했다.

발제를 맡은 최호 산은 미래전략연구소장은 적극적 금융 지원을 위해선 특정 기업의 신용공여 한도 규제를 완화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산은은 산은법 시행령에 따라 동일인(개별 기업)에는 자기자본의 20%, 동일차주(그룹 전체)에는 자기자본의 25%까지 대출과 보증 등을 제공할 수 있다. 일반 은행과 같은 규제다.

산은은 다른 정책금융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 수준의 한도를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출입은행은 개별법에 따라 동일인 40%, 동일차주 50% 한도를 적용받고 있다. 특히 SK그룹은 반도체, 2차전지 등에 대규모 자금을 차입하고 있어 산은의 신용공여가 한도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소장은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에 대규모 보조금을 주면서 지원하고 있다”며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대기업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현행 정책금융 제도는 중소기업에 50% 이상 집중되도록 설계됐다는 지적이다.

정책금융이 미래산업 육성에 집중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종석 전 규제개혁위원장은 “그동안 산은은 ‘병든 기업의 중환자실’과 같은 역할을 했다”며 “향후 정책금융은 미래 기술과 혁신 지원에 집중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한종/강현우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