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가 권투라면, 트럼프 보호무역은 이종격투기…민·관 협력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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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밀레니엄포럼 - 안덕근 산업부 장관
트럼프가 한·미 FTA 개정 밀어붙일 땐 '윈윈' 노려야
기존에 빠져있던 에너지·디지털·환경 분야에서 기회
글로벌 환경 바뀐다면…반도체 보조금 지원도 가능
한수원·웨스팅하우스 지식재산권 분쟁 마무리 단계
트럼프가 한·미 FTA 개정 밀어붙일 땐 '윈윈' 노려야
기존에 빠져있던 에너지·디지털·환경 분야에서 기회
글로벌 환경 바뀐다면…반도체 보조금 지원도 가능
한수원·웨스팅하우스 지식재산권 분쟁 마무리 단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5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우리 정부의 통상정책 방향에 대해 “앞으로의 미국 통상정책 변화가 도널드 트럼프 4년으로 끝날 태풍인지, 공화당의 정책인지 아니면 미국의 방향인지를 확인하고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4년간만 지속될 극단적 정책에 휘둘리면 한국 기업은 중장기 사업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산업계와 소통을 늘리겠다”고 했다. 반도체산업 보조금 지원에 대해선 “산업 경쟁력은 상대적인 경쟁 조건의 문제”라며 “(세계 각국이) 막대한 지원책을 내놓으며 경쟁 요건이 바뀐다면 산업부로선 얼마든지 기금 및 재정적 지원 수단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코 원전 수출의 마지막 고비로 꼽히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수력원자력 간 지식재산권 갈등에 대해선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며 “조인트파트너십을 맺는 것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박지형 한국국제통상학회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후 다른 어떤 것보다 대중 관세 인상을 먼저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관세 인상이 현실화하면 지금 우리 산업계를 어렵게 하는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큰데 정부의 대안이 있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중국의 과잉 공급 문제에 대해선 고민이 크다. 정부는 산업부 무역위원회를 중심으로 불법 보조금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상계관세 부과는 정치적 민감성이 큰 문제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의 과잉 공급 물자들이 남미 등 제3국 시장에 투하되면 우리 기업이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 기업이 제3국에서 경쟁 우위를 지킬 방안을 마련하겠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중국은 미국이 관세를 때리면 자기들은 위안화를 평가절하해 일부 상쇄하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 때문에 미국에 러스트벨트가 생긴 것처럼 한국의 제조업 밸류체인도 무너질 수 있다.
▷안 장관=국내 산업별로 위험 요인과 기회 요인이 모두 존재한다. 정책의 초점은 어떤 변화에도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둬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자동화율이 높은 한국 제조 공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키우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과 격차를 벌리는 작업을 지금 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트럼프 2기는 상·하원에 대법원까지 장악해 공약 이행력이 1기 시절에 비해 훨씬 더 강할 것으로 보인다. 보편 관세를 통해 대미 투자를 촉진한다는 것이 트럼프의 방향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안 장관=한국이 지난 3년간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800억달러로, 이 기간 최대 대미 투자국이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이 추구하는 공급망 육성에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부각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우정엽 현대차·기아 글로벌정책전략실장=트럼프 정부가 2017년 1기 정부 시절 합의해 만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개정을 요구할 경우 우리의 방어 논리는 무엇인가.
▷안 장관=미국에서 FTA를 개정하겠다고 달려드는데 우리가 답을 가지고 가서 협상해야지 합리화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대안을 가져가서 협상해야 한다. 개정한다면 윈윈을 노려야 할 텐데 기존에 빠져 있던 에너지, 디지털, 환경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사업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세계에서 가장 싼 전기’를 강조하는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조 바이든 시절과는 180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액화천연가스(LNG)부터 원전까지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어떻게 맞춰나갈 계획인가.
▷안 장관=현재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LNG 중 미국에서 들여오는 비중이 13% 수준으로, 트럼프 1기 정부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선 무역수지 흑자 축소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출을 줄이기보단 수입을 늘려 흑자 폭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이 LNG산업을 키운다면 경제성이 지금보다 개선될 수 있다. 미국산 LNG의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세계 원전 시장에서 한국과 미국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한·미 원전 협력 과정에서 한국이 웨스팅하우스에 투자한다거나 정책 금융을 활용해 원전 수주를 지원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안 장관=한·미 간 핵협력은 단순히 공장을 짓는 것을 넘어 양국 간 핵비확산에 대한 신뢰 관계 회복이 선결돼야 한다. 지난 4일 양국은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에너지 확대를 위해 협력한다는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신뢰 수준을 높이고 있다. 신뢰 관계가 더 회복된다면 우리 산업계와 금융기관의 힘을 합쳐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일부 확보하고 점차 늘려나가는 방안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박현성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중국은 보조금뿐 아니라 연구개발(R&D)과 금융 수단을 총체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도 산업 정책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산업 정책 귀환의 시대란 말이 나온다.
▷안 장관=FTA를 중심으로 한 예전의 통상 환경이 권투였다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우리가 맞닥뜨릴 통상 환경은 이종격투기와 같다. 어떤 문제든 정부와 산업계가 2인3각으로 협력해야만 헤쳐나갈 수 있다.
▷윤영조 삼성전자 부사장=자유무역 질서가 무너지면서 미국뿐 아니라 인도, 인도네시아, 중동, 중남미 등 다양한 국가에서 과거엔 상상도 못한 관세·비관세 장벽이 세워지고 있다. 제3국 무역장벽 철폐 노력이 필요하다.
▷안 장관=우리 기업들이 FTA가 체결되지 않은 국가에 진출하는 경우가 늘면서 다양한 무역장벽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개방을 뺀 통상, 산업, 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인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황정환/정영효/이슬기 기자 jung@hankyung.com
▷박지형 한국국제통상학회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후 다른 어떤 것보다 대중 관세 인상을 먼저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관세 인상이 현실화하면 지금 우리 산업계를 어렵게 하는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큰데 정부의 대안이 있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중국의 과잉 공급 문제에 대해선 고민이 크다. 정부는 산업부 무역위원회를 중심으로 불법 보조금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상계관세 부과는 정치적 민감성이 큰 문제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의 과잉 공급 물자들이 남미 등 제3국 시장에 투하되면 우리 기업이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 기업이 제3국에서 경쟁 우위를 지킬 방안을 마련하겠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중국은 미국이 관세를 때리면 자기들은 위안화를 평가절하해 일부 상쇄하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 때문에 미국에 러스트벨트가 생긴 것처럼 한국의 제조업 밸류체인도 무너질 수 있다.
▷안 장관=국내 산업별로 위험 요인과 기회 요인이 모두 존재한다. 정책의 초점은 어떤 변화에도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둬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자동화율이 높은 한국 제조 공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키우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과 격차를 벌리는 작업을 지금 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트럼프 2기는 상·하원에 대법원까지 장악해 공약 이행력이 1기 시절에 비해 훨씬 더 강할 것으로 보인다. 보편 관세를 통해 대미 투자를 촉진한다는 것이 트럼프의 방향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안 장관=한국이 지난 3년간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800억달러로, 이 기간 최대 대미 투자국이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이 추구하는 공급망 육성에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부각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우정엽 현대차·기아 글로벌정책전략실장=트럼프 정부가 2017년 1기 정부 시절 합의해 만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개정을 요구할 경우 우리의 방어 논리는 무엇인가.
▷안 장관=미국에서 FTA를 개정하겠다고 달려드는데 우리가 답을 가지고 가서 협상해야지 합리화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대안을 가져가서 협상해야 한다. 개정한다면 윈윈을 노려야 할 텐데 기존에 빠져 있던 에너지, 디지털, 환경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사업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세계에서 가장 싼 전기’를 강조하는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조 바이든 시절과는 180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액화천연가스(LNG)부터 원전까지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어떻게 맞춰나갈 계획인가.
▷안 장관=현재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LNG 중 미국에서 들여오는 비중이 13% 수준으로, 트럼프 1기 정부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선 무역수지 흑자 축소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출을 줄이기보단 수입을 늘려 흑자 폭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이 LNG산업을 키운다면 경제성이 지금보다 개선될 수 있다. 미국산 LNG의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세계 원전 시장에서 한국과 미국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한·미 원전 협력 과정에서 한국이 웨스팅하우스에 투자한다거나 정책 금융을 활용해 원전 수주를 지원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안 장관=한·미 간 핵협력은 단순히 공장을 짓는 것을 넘어 양국 간 핵비확산에 대한 신뢰 관계 회복이 선결돼야 한다. 지난 4일 양국은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에너지 확대를 위해 협력한다는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신뢰 수준을 높이고 있다. 신뢰 관계가 더 회복된다면 우리 산업계와 금융기관의 힘을 합쳐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일부 확보하고 점차 늘려나가는 방안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박현성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중국은 보조금뿐 아니라 연구개발(R&D)과 금융 수단을 총체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도 산업 정책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산업 정책 귀환의 시대란 말이 나온다.
▷안 장관=FTA를 중심으로 한 예전의 통상 환경이 권투였다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우리가 맞닥뜨릴 통상 환경은 이종격투기와 같다. 어떤 문제든 정부와 산업계가 2인3각으로 협력해야만 헤쳐나갈 수 있다.
▷윤영조 삼성전자 부사장=자유무역 질서가 무너지면서 미국뿐 아니라 인도, 인도네시아, 중동, 중남미 등 다양한 국가에서 과거엔 상상도 못한 관세·비관세 장벽이 세워지고 있다. 제3국 무역장벽 철폐 노력이 필요하다.
▷안 장관=우리 기업들이 FTA가 체결되지 않은 국가에 진출하는 경우가 늘면서 다양한 무역장벽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개방을 뺀 통상, 산업, 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인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황정환/정영효/이슬기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