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삼호 전남 영암 조선소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에 연료 탱크가 장착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제공
HD현대삼호 전남 영암 조선소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에 연료 탱크가 장착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제공
조선주가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다. 글로벌 1등 조선사인 HD현대그룹 산하의 조선계열사들은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조선산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데 따른 수혜 기대감이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됐고, 이어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친환경 컨테이너선 등 상선 수주 모멘텀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가파르게 오른 주가가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서도 증권가에선 추가 상승 여력을 기대하고 있다. 주가와 함께 이익 전망도 상향되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25일 HD한국조선해양은 전날보다 7.44% 오른 21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52주 최고가이며, 장중 고가인 21만8500원은 52주 신고가였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종가 기준 최고가(24만2000원)와 장중 신고가(24만4500원)을 모두 새로 썼다.

이달 들어선 HD한국조선해양은 18.05%, HD현대중공업은 32.53%, HD현대미포는 13.84%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상승률은 각각 41.12%와 24.19%다.

조선주 상승의 계기는 트럼프 당선인과 윤석열 대통령의 전화통화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인 지난 7일 오전(한국시간) 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에 대한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미국의 군함을 겨냥한 MRO(유지·보수) 비즈니스를 차세대 동력으로 키워온 한화오션과 HD현대그룹의 조선 계열사 주가가 치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98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찍은 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98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찍은 사진. /연합뉴스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인 수혜주에 돈이 몰리는 현상)의 힘이 약해질 즈음이 되자, 주력인 상선 건조 비즈니스 쪽에서 주가 상승 모멘텀이 나왔다.

삼성중공업은 아시아 지역 선주와 1조985억원에 1만6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4척을 지어주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전일 공시했다. 발주사는 대만 에버그린으로, 친환경 연료인 메탄올도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DF)엔진을 장착하는 선박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이 일본 MOL로 알려진 아시아지역 선사로부터 각각 초대형가스운반선(VLGC) 2척을 수주했다고 지난 18일 공시했다.

추가 수주 소식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의 셔틀탱커 4척 건조 프로젝트 입찰에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한국의 조선 빅3, 중국 대련과 코스코HI 등이 경합한다”며 “소난골이 최대 4척의 수에즈막스급(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 탱커를 발주하는데, 수주전에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DH조선 등이 참여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 조선주 투자를 위해 추가로 들어올 수급도 충분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주 지역의 투자자들을 만난 결과 이들이 당분간 한국 조선주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주지역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급등한 주가에 대해 부담을 나타냈다”면서도 “올해 조선업종의 주가 상승은 대부분 이익 추정치의 상향을 동반했기에, 밸류에이션의 관점에서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주지역 투자자들은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 산업재 기업들의 영업활동에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믿고 있었다고 한 연구원은 전했다. 그러면서 “조선업종의 경우 미국 대선 결과에서 파생되는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투자자, 미국 대선결과를 활용하려는 투자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대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