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독일 뒤스부르크에 있는 티센크루프스틸 철강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용광로 앞을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
2022년 독일 뒤스부르크에 있는 티센크루프스틸 철강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용광로 앞을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
215년 역사의 독일 최대 철강기업 티센크루프스틸이 인력을 40% 감축한다. 저가 중국산 철강 제품 덤핑이 쏟아지는 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국 제조업이 극심한 불경기를 맞으면서다.

체코 억만장자에 매각 계획…500명 근무 공장도 폐쇄

티센크루프스틸은 25일(현지시간) "생산 감축과 행정 효율화를 통해 2030년까지 일자리 약 5000개를 감축하고 나머지 6000개 일자리는 외부 서비스 제공업체로 이전하거나 사업 매각을 통해 줄이겠다"라고 발표했다. 티센크루프스틸 전체 인력 2만7000여명의 40% 규모다.

티센크루프스틸은 수년 내에 인건비를 평균 10% 절감하고 연간 생산량은 현재 1150만톤(t)에서 870만~900만t으로 줄여 "미래 시장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뒤스베르크 지역에 있는 자회사 크루프마네스만 제철소를 매각할 계획이다. 티세크루프는 크루프마네스만 제철소 지분을 절반 보유하고 있다. 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크로이츠탈-아이헨 공장도 폐쇄하기로 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뒤스부르크에 있는 티센크루프스틸의 보관 및 유통 시설에 배송되지 못한 강철 코일들이 놓여있다.  /로이터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뒤스부르크에 있는 티센크루프스틸의 보관 및 유통 시설에 배송되지 못한 강철 코일들이 놓여있다. /로이터
이번 구조조정은 티센크루프그룹이 자회사인 티센크루프스틸을 매각하기 위한 과정의 일부라는 평가다. 체코 억만장자 다니엘 크리텐스키는 지난 4월 티센크루프스틸 지분을 20% 인수한 데 이어 30%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티센크루프그룹과 논의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녹색 전환'에 대한 그룹과 스틸 간의 이견이 발생해 베르나르트 오스버그 전 티센크루프스틸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 7명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독일 최대 산별노조인 IG메탈은 이러한 조치가 "노동계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반발했다. IG메탈은 "정리해고도, 현장 폐쇄도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티센크루프그룹은 1810년 설립된 프리드리히 크루프 주식회사와 1891년 설립된 티센 주식회사가 합병해 만들어진 회사다. 창업자 프리드리히 크루프가 설립한 철강 회사는 현재 티센크루프그룹의 모태가 됐다.

폭스바겐 이어 철강도 '도미노' 되나

티센크루프 그룹 본사.  /AFP
티센크루프 그룹 본사. /AFP
티센크루프스틸은 구조조정의 원인에 대해 "과잉 생산 능력과 이로 인한 저렴한 수입품의 증가, 특히 아시아에서 수입되는 제품 증가가 점점 더 경쟁력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내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은 과잉 생산된 철강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강철 수출은 지난달보다 10.1%, 전년 동월 대비 40.8% 증가한 1118만t에 달했다. 올해 1~10월 강철 수출량은 전년보다 23.3% 늘어난 9189만t으로 집계됐다. 2016년 이후 최고치다. 이날 상하이선물거래소에서 철근은 전년 대비 16.35% 하락한 t당 3299위안(약 63만7000원)에 거래됐다.


독일 내수 부진도 티센크루프스틸의 경영 악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9월 폭스바겐이 자국 공장 10곳 중 3곳을 폐쇄하겠다고 밝히는 등 독일 제조업은 위기 상황이다. 폭스바겐과 부품공급업체인 ZF프리드리히하펜, 셰플러, 보쉬 등은 최근 몇 달 간 직원 수만 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독일 산업 생산량은 지난해 6월 이후 지난 9월까지 16개월 연속 전년동기대비 감소했다.

이러한 독일 제조업의 부진은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독일경제연구소는 최근 공동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독일 산업생산량이 현재보다 약 20%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높은 독일의 에너지 비용과 독일 상품시장 축소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두 기관은 "독일이 수십 년 간 구축해 온 연소기술 등의 우위는 중요성을 잃고 있으며 지정학적 긴장, 세계적 보호주의 흐름이 커지면서 독일의 수출 모델은 점점 더 압박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번거로운 행정 절차, 낡은 물리적 기반 시설과 취약한 디지털 인프라도 독일 경제의 약점으로 꼽았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