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최악 피했다"…차기 재무장관"관세는 장전된 총" [글로벌마켓 A/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재무장관으로 스캇 베센트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를 지명하면서 주식과 채권시장이 안도랠리를 기록했다. 지난주까지 8주 연속, 역사상 최장기간 강세 랠리를 이어가던 미 달러화도 0.6% 가량 하락해 숨고르기를 보였다. 미 주식시장은 차기 행정부 임기 시작 전 가장 큰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다우지수가 급등하는 등 시장 전반의 상승이 뚜렷했다.

현지시간 25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95포인트, 0.3% 오른 5,987.3포인트, 나스닥은 51.18포인트, 0.27% 상승한 1만 9,054.83포인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40.06포인트, 0.99% 뛴 4만 4,736.57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하루에만 14.5bp(1bp=0.01%) 하락해 4.265%로 낮아졌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지난주 107.22에서 이날 106.89로 진정세를 보였다. 지난주 달러대비 1.033유로 수준으로 하락했던 유로화는 1.05유로, 일본 엔화도 154엔선을 되찾는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세가 이어졌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지명자는 올해 62세로 영국 파운드화 공매도로 인해 큰 수익을 남긴 조시 소로스 퀀텀 펀드의 일원이었고,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엔화 베팅을 주도한 투자전략책임으로도 활동한 인물이다. 2015년 이후 창업한 키스퀘어 그룹의 운용 성과는 2022년 약 31%, 올해는 10%대로 알려져 있다. 지난 미 대선 당시 플로리다에 기반을 두고 공화당 선거자금 공동 관리위원회로 활동했고, 트럼프 당시 후보의 경제 공약을 설계하는 등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이번 재무장관 인선까지도 케빈 월시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 등과 함께 꾸준히 재무장관 후보 혹은 국가경제자문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등 차기 정부의 역할에 주목을 받아 왔다.
월가 "최악 피했다"…차기 재무장관"관세는 장전된 총" [글로벌마켓 A/S]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는 “전 세계 준비 통화로서의 달러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조아래 '3-3-3 전략'으로 불리는 경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일본의 고(故) 아베 신조 총리가 2012년 장치 침체 극복을 위해 발표한 아베노믹스 핵심 정책인 '세 개의 화살'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전략이다. 스캇 베센트는 이에 따라 2028년까지 재정적자를 GDP 대비 3%로 축소할 것을 첫번째 목표로 내세웠다. 현재 미국의 연방 재정적자가 약 1조 8,300억 달러 규모로 GDP 대비 약 6.4% 수준에 달하는데 이를 절반으로 줄여 지속가능성을 회복하겠다는 말이다. 또한 감세 정책과 정부 효율화를 내세운 차기 정부의 규제 완화를 통해 GDP 성장률은 연 3%로 촉진하겠다는 것이 두 번째 구상입니다. 하반기 2% 후반의 강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일자리와 기업 체력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은 시장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다. 또한 하루 300만 배럴의 새로운 원유 생산을 통해 전세계 에너지 시장을 주도하고 투입 비용을 절감하는 등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스캇 베센트의 지명으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과격한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베센트 지명자는 지난 키스퀘어 투자자 서한에서 “관세라는 총은 항상 장전되어 있고 테이블 위에 올라오더라도 거의 발사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협상 도구로서 활용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해왔다.

이번 인선을 두고 월가에서는 트럼프가 차기 행정부 핵심 인사 지명에 안전한 카드를 꺼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BMO캐피탈의 이언 린젠 미 금리 책임자는 “무역 전쟁과 관련한 극단적인 시나로오 중 일부를 제거했다”며 “채권 시장에 어느정도 안도감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ISI 수석부회장은 “결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원이 뽑혔을 뿐”이라며 “트럼프의 고강도 관세 등 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스캇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으로 월가는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예측가능한 차기 행정부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차기 행정부 인선 중 남아 있는 변수는 대중 강경파였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 대표의 재지명 가능성 정도가 꼽힌다. 이날 중국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CATL, 리오틴토 등 경영자들을 초청해 공급망 안정을 촉구하는 등 미중간 신경전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시장은 특별한 경제 지표 없이 재무장관 인성에 따른 랠리를 소화했다. 에너지 시장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휴전 가능성이 임박했다는 백악관 등의 언급으로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마이클 헤르초그 워싱턴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자국군 라디오 방송에서 "(헤즈볼라와) 합의가 가까워졌다"며 "며칠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소식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는지난 금요일 대비 3.03% 내린 배럴당 69.08달러로 하락했다. 영국 런던 ICE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월물 역시 2.66% 내린 배럴당 73.17달러로 약세를 보였다. 금융, 제조업 등 전반적인 트럼프 정책에 대한 안도 랠리를 보인 반면 에너지 섹터만 이날 1.77% 하락하는 등 시장 흐름과 반대로 움직였다. 업종별로 필수 소비재가 1.22%, 헬스케어 0.88%, 금융이 0.7% 등 상승을 주도했다.
월가 "최악 피했다"…차기 재무장관"관세는 장전된 총" [글로벌마켓 A/S]
● 테슬라 향해 날세운 UBS…"이번 상승, 야성적 충동일뿐"

개별 종목 가운데 테슬라는 UBS의 비관적 투자 전망에 따라 3.96% 하락했다. 조셉 스팍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최근 주가 상승은 사업 본질적 여건에 따른 것이 아니라 야성적인 충동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UBS는 테슬라의 2030년까지 차량 인도량과 에너지 저장사업 보급 규모 면에서 시장 예상의 1/3 수준의 예상을 고수하고 있다. 조셉 스팍 애널리스트는 "전기차의 세액 공제가 없어지면 테슬라도 가격인하 압력을 받게 된다"며 보수적 전망을 제시한 근거를 밝혔다. 또한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규제를 해소하더라도 "테슬라에게는 준비된 로보택시가 없다"며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해왔다고 진단했다.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 강세로 올해 5배 가량 뛰었던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지난 금요일 반등을 지키지 못하도 4.37% 재차 하락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5만 5천 개의 비트코인을 약 54억 달러에 추가 매수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총 보유한 비트코인은 38만 6700개로, 지난 주까지 3주 연속 자산 편입을 이어갔다. 미국 최대 백화점인 메이시스는 배송 비용 처리 직원이 3년간 1억 5,400만 달러를 은닉한 사실이 드러나 하루 뒤로 예정했던 재무제표 공개를 잠정 연기했다. 메이시스는 직접 주최한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의 독점 중계권을 NBC방송과 10년간 6천만 달러에 연장 계약할 수 있다는 소식에도 이날 2.27%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주 후반 추수감사절 연휴로 인해 이번 주는 경제지표가 주 중반에 한꺼번에 공개된다. 화요일인 26일은 9월 기준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컨퍼런스보드가 집계한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나온다. 연준의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약 한 달 앞두고 11월 회의록이 시장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