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 (사진=로이터)
가우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 (사진=로이터)
프랑스 에너지 대기업 토탈에너지가 인도 아다니그룹과의 투자 계획을 전격 중단했다. 미국 당국이 아다니그룹의 회장인 가우탐 아다니를 포함한 8명을 뇌물 제공 혐의로 기소한 데 따른 첫 주요 여파다.

佛 토탈에너지 "아다니 투자 중단"

토탈에너지는 2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아다니그룹 인사들에 대한 혐의와 그 결과가 명확히 밝혀질 때까지 아다니그룹에 대한 새로운 재정적 투자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어떠한 형태의 부패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번스타인리서치에 따르면 토탈에너지는 아다니그룹과 관련해 최대 50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익스포저(재정적 위험 노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토탈에너지는 이번 뇌물 사건과 관련된 미국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토탈에너지는 아다니그룹의 신재생에너지 업체인 아다니그린에너지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회사 이사회에 자리도 가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토탈에너지의 투자 중단 발표가 다른 투자자들의 면밀한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다니그룹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내용을 모두 부인하며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아다니그룹은 미국 등지의 글로벌 금융회사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재무제표를 허위로 조작하고, 인도 공무원들에게 약 2억5000만달러(약 3500억원) 이상의 뒷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태양광 에너지 개발사업과 관련된 대규모 특혜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아다니그린에너지 주가는 이날 11% 이상 급락한 뒤 낙폭을 줄여 7.9%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토탈에너지가 37.4%의 지분을 보유한 아다니토탈가스도 1.4% 하락 마감했다.

아다니 사태에 印 국회도 멈춰

25일 인도 뉴델리에서 인도청년회의소(IYC) 회원들이 가우탐 아다니의 체포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EPA)
25일 인도 뉴델리에서 인도청년회의소(IYC) 회원들이 가우탐 아다니의 체포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EPA)
인도에서 수백 명의 야당 지지자들이 아다니 회장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정부가 비호하고 있다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국회 앞에서 아다니 회장의 즉각 구속을 요구하며 "모디와 아다니는 하나다", "모디의 우정이 나라를 거덜내고 있다"는 등의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인도 의회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야당 의원들은 아다니그룹 혐의를 둘러싼 논의를 요구하며 양원 모두에서 회의를 방해했고, 결국 이날 의회가 정회됐다. 인도 주요 야당인 인도국민회의당의 말리카르준 카르게 대표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아다니 사건은 인도의 글로벌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정부에 의회 논의를 촉구했다. 그러나 상원 의장을 겸하는 자그딥 단카르 부통령은 제출된 13건의 논의 요청이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이를 거부했다.

야당은 오랫동안 모디 정부가 아다니와 그의 기업을 보호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이들은 모디 총리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총리였던 시절부터 아다니 회장과 20년 넘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사업 거래에서 아다니그룹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인도 정부는 이를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모디 총리가 속한 바라티야자나타당(BJP)은 아다니그룹이 스스로 법적 절차를 통해 방어해야 할 일이라며, 법으로 정해진 과정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