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간 2억5000만t 규모의 물 공급과 홍수 조절이 가능한 기후대응 댐 건설에 나서고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홍수와 가뭄에 대응하고, 미래 물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새로운 ‘물그릇’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안동댐
안동댐

한강권역, 극한 가뭄 땐 용수 4억t 부족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추진 중인 기후대응댐 건설 후보지는 총 14곳이다. 강원 양구(수입천), 경기 연천(아미천), 강원 삼척(산기천), 경북 김천(감천), 경북 예천(용두천), 경남 거제(고현천), 경남 의령(가례천), 울산 울주(회야강), 전남 순천(옥천), 전남 강진(병영천), 충남 청양(지천), 충북 단양(단양천), 경북 청도(운문천), 전남 화순(동복천) 등이다.

14개 후보지에 모두 댐이 건설되면 총저수용량 3억2000만t을 확보하게 된다. 댐별로는 한 번에 80∼220㎜의 비가 오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홍수 방어능력을 갖출 수 있다. 새로 공급되는 물은 연간 2억5000만t으로 시민 22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환경부가 새로운 ‘물그릇’ 확보에 나선 배경에는 기후변화로 극한 홍수·가뭄이 상시화하는 상황에서 ‘댐 건설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도 “지금 시작해도 (댐 건설까지) 10여년 정도가 소요된다”며 “최근의 기후 위기를 감안할 때 댐 건설을 더 이상 늦출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소양강댐
소양강댐

여수·광양 국가산단 중단 위기 해소

충주댐
충주댐
국가 주도의 댐 건설은 2010년 착공된 경북 영천의 보현산 다목적댐 이후 14년간 없었다. 그사이 기후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내 기상 상황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강 권역에서 극한 가뭄이 발생할 경우 연간 생·공용수 3억7600만t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경기 용인에 반도체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용수 수요량이 7억3000만t 증가하면서 주변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여유 저수량도 부족해질 전망이다.

환경부는 기존 취수장 확충과 해수 담수 등을 통해 한강 권역 물 부족의 79%를 해소하고, 수입천댐과 아미천댐, 단양천댐 등 3개 신규 댐을 설치해 나머지 물 부족분 21%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강원 삼척시에 설치할 예정인 산기천댐도 안정적인 용수공급과 물부족 해소에 도움을 주게 된다.

낙동강 권역의 물부족 해소에는 운문천댐이 활용될 전망이다. 경북 지역에는 용두천댐, 감천댐, 가례천댐, 회야강댐, 고현천댐이 들어서면서 예천군, 김천시, 의령군, 울산 등의 홍수 피해를 예방하게 된다. 특히 바다와 접해 있어서 만조와 집중 호우가 겹치면 물에 잠기던 거제 시가지는 고현천댐을 통해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할 경우 시가지 홍수피해를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매년 가뭄을 겪고 있는 충남 서부는 지천댐을 통해 피해를 예방한다. 인근 청양군과 부여군은 가뭄 위험은 지하수 저류지와 하수 재이용을 통해 81%를 해소하고, 지천댐이 나머지 19%를 해소한다. 충남 서부 지역 핵심 수원인 보령댐의 여유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천댐이 들어설 경우 충남 서부권역의 극한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극한 가뭄이 발생하면 연간 생·공용수 1억2000만t이 부족해지는 영·섬권역에도 용수용 댐과 홍수 조절 댐이 들어선다. 2022년과 2023년 극한 가뭄에 여수·광양 국가산단 가동 중단 위기라는 이 지역에서는 기존 취수장을 확충하고, 해수 담수화를 통한 대체 수자원을 확보해 물 부족의 약 75%를 해소한다. 나머지 25%는 동복천댐으로 해소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기존 주암댐 공급 부하를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태풍과 집중 호우 때마다 피해가 반복되던 옥천 시가지와 병영면 시가지도 각각 옥천댐과 병영천댐으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2027년 기후대응댐 건설 시작

용담댐
용담댐
기후 대응을 위한 새로운 댐이 실제 착공되기까지는 몇 가지 관문이 남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동의다. 환경부는 14개 후보지 중 지역 설명회를 통해 주민 공감대가 형성된 후보지 10개부터 단계적으로 기후대응댐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직 지역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한 4개 지역(양구군·청양군·단양군·화순군) 등은 지자체와 함께 지속적인 소통을 거쳐 협의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연내에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부합성심의를 거쳐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에서 계획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주요 지점별 홍수량과 갈수량 등을 고시하고, 기후대응댐 후보지를 결정한 뒤 본격적인 댐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댐 후보지에 관해 기본구상,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통해 구체적인 용량과 규모 등도 결정하게 된다. 이어 관련기관 및 지역협의 등의 절차를 거쳐 기본계획을 수립·고시해 사업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기후대응댐 사업구역에 포함된 토지, 지장물 조사 등 보상절차를 진행하고 기본 및 실시 설계를 통해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기후대응댐 건설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