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모닝커피도 사치?…27년 만의 '원두 대란' 온다 [원자재 포커스]
주요 원두 생산국들의 작황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원두 선물 가격이 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3주 동안 원두 선물 가격은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두 근월물 값, 27년 만에 최고치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원두 12월물은 한때 3% 가까이 상승했다. 근월물 가격으로는 1997년 이후 최고치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64%에 달한다. 앞서 지난 21일에는 13년 만에 최고치인 파운드당 3달러를 돌파했다. 아라비카 원두는 커피 전문점에서 주로 사용된다. 인스턴트 커피에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 역시 최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970년대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사진=트레이딩이코노믹스)
(사진=트레이딩이코노믹스)
올 들어 원두 가격은 브라질과 베트남 등 주요 생산국에서 발생한 공급 차질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오랜 가뭄으로 원두 나무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내년 수확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예르메 모리야 라보뱅크 분석가는 "9월까지 이어진 건조하고 고온의 기후가 아라비카 원두 작물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 내린 비로 나무가 다시 자라기 시작했지만, 꽃이 가지에 착생하지 못할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꽃이 착생에 실패하면 이후 커피 체리가 자라지 못해 원두 생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라비카 원두의 수출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재고 부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국에 따르면, 브라질의 원두 재고는 내년 6월까지 약 120만 포대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26% 감소한 수치다. 전 세계 커피의 3%를 구매하는 스타벅스의 경우 9월 말 기준 커피 재고 규모가 9억2000만달러로,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스타벅스, 원두 헤지 축소소비자 부담 커지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날 스타벅스는 가격 변동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헤지 수단을 크게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는 고정가 계약 규모가 2019년 10억달러에서 올해 2억달러로 줄었다고 연례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스타벅스는 헤지 축소와 관련해 "현재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현재의 가격 헤지 범위는 통상적인 9~18개월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격 상승기에 헤지 비율을 줄이는 것이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나 하크 ED&F맨 애널리스트는 "브라질과 베트남의 이상 기후로 글로벌 커피 시장이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헤지를 충분히 하지 않는 것은 시장 변동성에 더 큰 노출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가격 상승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공급망 전반에서 판매자들이 가격 인상을 통해 마진을 보호하거나 할인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는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