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발작한 환율 겨우 진정...1,300원대 마감
취임 직후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대규모 추가관세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원·달러 환율이 한때 1,400원을 넘겼다. 시장은 이후 차익실현 물량 출회와 당국 개입을 우려하는 진정 효과가 겹치며 3거래일 만에 1,300원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0원 내린 1,398.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2.8원 오른 1,405.0원에 개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아시아 증시 개장을 앞두고 이른바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의 초안을 공개하면서 아시아 주요국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약세가 펼쳐진 결과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취임 첫날에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 등 마약의 배후로 중국을 지목하며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기존 관세에 더해 10%의 추가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사실상 무역전쟁에 가까운 수준의 관세를 예고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발작적 반응을 보였다. 직접적으로 제재 대상이 된 중국의 위안화는 0.2%, 멕시코의 페소화는 1.4%, 캐나다 달러화는 0.9% 각각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30% 상승하며 107.084까지 상승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은 오전 중 수출업체들의 월말 네고물량이 대거 출회하며 진정세를 보였다. 네고물량은 수출기업들이 물품 수출의 대가로 받은 외화를 원화로 교환하며 내놓으면서 발생하는 외화 매도수요로, 원화가 급격한 약세를 보일 때 이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보인다.

여기에 외환당국의 개입을 경계하는 시장 심리와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관망 심리 등이 추가로 작용하며 원-달러 환율은 점심 무렵 1,390원대로 내려왔다. 오후 3시를 앞두고는 1,393.0원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소폭 반등하며 1,398.2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국내증시에서 순매도세를 보이며 원화 약세에 기여했다. 이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00억원대, 코스닥시장에서 2,000억원대를 순매도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당초 시장이 기대했던 친시장적 재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안도감이 반영되기 전에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관련 강경 발언으로 시장이 속도조절에 들어갔다”며 “당분간은 트럼프 당선인과 2기 행정부 인사들의 발언에 시장 흐름이 연동되는 추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주 중 환율 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이벤트로는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공개되는 미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의사록, 28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등이 있다.


전범진기자 forward@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