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과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2만6000가구 규모의 선도지구를 수용할 이주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당장 다음달 기본계획에 구체적인 이주계획이 담겨야 한다. 주변 신도시와 도심 내 신축 가구를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주택공급 보릿고개가 시작된다’는 말이 나오는 등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 신도시 정비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분당신도시 어쩌나"…'이주 대란' 공포에 초긴장

○주변 공급 확대로 이주 해결


26일 업계에 따르면 5개 수도권 1기 신도시는 선도지구 발표와 함께 기본계획에 담길 이주 대책을 준비 중이다. 당장 올해 2만6000가구(최대 3만9000가구) 규모의 선도지구가 일제히 재건축 사업을 시작하면 2027년부터 이주가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선도지구 선정 규모가 8000가구에 달하는 분당신도시는 이주 대책이 가장 시급한 곳으로 꼽힌다. 주변 유휴지 개발에 적잖은 시간이 걸리고 이주단지 규모도 선도지구 수요를 감당하기 부족하다. 오리역 일대 역세권 복합개발로 상업·업무시설과 함께 주거시설을 공급한다는 계획도 있지만 공급 물량이 제한적이다. 성남시는 이달 도심에서 준공한 신흥2구역(4774가구)과 착공에 나선 도환중1구역(1972가구), 산성(3487가구), 상대원2구역(5090가구) 등이 개발되면 이주 수요를 일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3기 신도시 물량도 이주 대책에 활용될 예정이다. 고양 일산의 경우 고양창릉, 중동은 부천대장에서 지어지는 물량이 전·월세로 활용될 수 있다. 평촌과 산본 역시 주변 의왕군포안산신도시가 완성되면 신규 주택 중 일부가 1기 신도시 이주 수요를 감당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주단지나 이주용 주택 건설 대신 기존 물량을 통한 이주 수요 흡수에 나선 것은 과거 개발 때 조성한 이주단지가 장기 공실로 남은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구임대주택 재건축을 통한 이주용 주택 공급 역시 불확실하다. 기존 거주자 이주에 주택이 필요한 데다 재건축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기존 입주자에 대한 대체 주택 제공 및 재건축 등에 드는 기간을 고려할 때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선 “전세 뛸라” 걱정


정부는 연간 정비 물량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이주에 따른 전·월세 시장 불안 등을 예방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신도시에서도 이주 물량을 연도별로 배분하는 식이다. 선도지구 중 일부는 관리처분계획 인허가 순서에 따라 이주가 다소 늦어질 수 있다.

국토부는 “2027년까지 주민 합의를 거쳐 이주·착공 준비가 완료된 선도지구는 즉시 착공될 수 있게 해 최대한 많은 선도지구가 정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자체에선 선도지구 중 분담금이 큰 곳은 사업이 늦어져 자연스럽게 2027년 착공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선도지구 동의서 검증 과정에서도 잘못됐거나 ‘공공기여에 동의한 적이 없다’는 주민 반응이 다수 있어서 애를 먹고 있다”며 “향후 선도지구에서 사업성을 두고 갈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선도지구 물량 중 일부만 착공에 나서더라도 주변 전·월세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분당의 한 공인중개 대표는 “지자체 설명회에서 조합원 이주는 이주비 지원을 통해 자율에 맡긴다는 계획을 들었다”며 “이주비를 받은 주민이 주요 선호 단지에 몰리면 전·월세 급등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한 통합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도 “학군을 고려해 최대한 기존 생활권에 남겠다는 조합원이 많다”며 “인근 단지의 전셋값이 크게 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