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통점은? 바로 상업고등학교(상고) 출신이라는 점이다. 과거 ‘흙수저 수재’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선택하던 상고는 대통령을 세 번 연속 배출하고 경제 성장의 주역인 수많은 기업인을 육성해냈다. 하지만 산업 구조 변화 속에 인기가 시들해졌고 치솟는 대학 진학률 속에 특성화고로의 변신에도 불구하고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26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15~29세 고졸 청년 취업자는 약 168만7000명이었다.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5만3000명 감소했다. 현재 방식으로 통계를 작성한 2014년 이후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2020년을 제외하면 가장 큰 감소폭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직업계 고등학교 졸업자 6만3005명 중 취업자는 1만6588명으로 집계됐다. 취업률은 26.3%로 2022년(29.6%), 2023년(27.3%)에 이어 3년째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직업계고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2020년 42.5%에서 2024년 48%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직업계고가 조기 취업을 목적으로 한 학교라는 점에서 취지가 무색한 수치다.

높은 대학 진학률에 청년 다수가 대학생이다 보니 정부 정책 대상에서 고졸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것도 특성화고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성화고 졸업생에 대한 지원이 적다 보니 또다시 대학 진학률이 올라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의 고졸 청년 지원 사업 중 대학생 학자금 지원 사업과 비견될 만한 것으로는 고교 취업 연계 장려금이 있다.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해 1년 이상 근무하는 조건으로 500만원을 지원한다.

공공기관조차 특성화고 졸업생을 외면하는 것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고졸 신규 채용 인원은 2020년 4170명에서 지난해 1759명으로 급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