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2024 아시아태평양 풍력에너지 서밋’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왼쪽 아홉 번째)과 유정복 인천시장(왼쪽 여덟 번째), 벤 벡웰 세계풍력에너지위원회(GWEC) 대표(오른쪽 일곱 번째), 김형근 한국풍력산업협회장(오른쪽 여섯 번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 제공
26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2024 아시아태평양 풍력에너지 서밋’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왼쪽 아홉 번째)과 유정복 인천시장(왼쪽 여덟 번째), 벤 벡웰 세계풍력에너지위원회(GWEC) 대표(오른쪽 일곱 번째), 김형근 한국풍력산업협회장(오른쪽 여섯 번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 제공
“한국과 협력해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풍력발전기 제조에 관한 공급망을 두루 갖춘 세계적으로 희소한 국가입니다.” 26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2024 아시아태평양 풍력에너지 서밋’. 기조연설을 맡은 벤 벡웰 세계풍력에너지위원회(GWEC) 대표는 “한국은 세계 풍력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세계 1위 풍력터빈 업체 베스타스 등 글로벌 풍력발전 시장의 강자들이 한국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철강에서 터빈까지 풍력발전 제조 생태계가 조성된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GWEC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아·태 지역에서 총 112기가와트(GW) 규모 해상풍력 단지가 새로 설치될 전망이다. 시장 규모는 740조원으로 추산된다. GWEC 행사가 한국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의 주제도 ‘아시아·태평양이 선도하는 재생에너지 시대’로 정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유정복 인천시장, 김형근 한국풍력산업협회장을 비롯해 국내외 풍력발전 업계 전문가 1200여 명이 참석했다.

글로벌 풍력발전 시장은 덴마크 베스타스, 미국 GE재생에너지, 중국 골드윈드 등 몇몇 기업이 과점하고 있다. 유럽은 일찌감치 신재생에너지의 핵심으로 풍력발전을 낙점하고 해상풍력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중국은 막강한 제조 능력을 바탕으로 유럽과 미국 업체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국의 풍력발전 기술은 이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글로벌 강자들이 한국으로 관심을 돌리는 핵심 이유는 ‘탈중국’이다.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은 해상풍력 산업에 필요한 부품 대부분을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 평가된다. 풍력 터빈(두산에너빌리티), 발전 타워(씨에스윈드)와 이를 떠받치는 하부구조물(SK오션플랜트)을 생산하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LS전선이 맡고 있다. 국내 조선 3사는 해상풍력설치선(WTIV)을 건조한다. 수출에 필요한 항만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조너선 콜 코리오제너레이션 최고경영자(CEO)는 “해상풍력 건설 과정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한국처럼 안정적인 공급망이 필수”라며 “건설비 1%만 줄여도 발전단가(1GW 기준)를 매년 1000만달러씩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후 산업도 탄탄하다. 자동차산업이 발달한 덕에 ‘베어링’을 양산할 수 있다. 베어링은 풍력발전기 날개를 회전시키는 부품이다. 원재료인 철강재와 이를 주조·단조하는 기업도 몰려 있다. 니엘스 스틴버그 지멘스가메사리뉴어블에너지 해상풍력 담당은 이날 “한국처럼 철강재를 잘 다루는 국가는 드물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K풍력의 성장을 위해선 탈중국 흐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에 이어 풍력까지 중국이 장악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유럽 기업과 협력해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도=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