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선 임금 조정 등 임금체계 개편을 병행해야 한다고 정부와 고용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6일 서울 용산동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연 ‘합리적 계속 고용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서 계속고용 법제화 등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2013년 법정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면서 경제계가 요구한 임금피크제와 직무·성과급제 개편 등을 제도화하지 않은 결과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정년이 연금 수급 연령보다 낮은 나라는 없어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면서도 “2013년과 같이 임금 조정에 대한 합의 없이 또다시 정규직 형태로 정년을 연장하면 인접 연령대(50대)와 청년들의 경력 상승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부원장은 500인 이상 사업장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늘어난 이후 50대 초반 근로자가 50대 후반이 되면서 임금은 20% 감소하고 고용 지속 가능성은 약 50%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임금체계 개편이나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 없이 임금피크제 등 일부 임금 조정만을 동반한 정년 연장은 결국 명예퇴직 등을 유발한다”고 했다. 성 부원장은 60세 정년제가 대기업에서 청년 고용 감소를 가져오고, 그 결과 작은 사업체에서 청년 고용이 늘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특례’를 인정하는 등 고령자의 임금 조정을 담보해줄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장은 “(2013년처럼) 정년 법제화나 정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보다 개별 기업 노사가 자율적으로 상황에 맞춰 고용을 연장하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일률적으로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청년 세대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져볼 수 있도록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소속 경제노동사회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계속고용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이 합의안을 토대로 ‘계속고용 로드맵’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