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관세 폭탄’을 예고한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은 트럼프 측과 긴급히 접촉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멕시코 페소, 캐나다달러 가치는 일제히 하락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트럼프 당선인과 무역 및 국경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침을 밝힌 직후 이뤄진 이번 대화에서 양측은 우호적인 논의를 했다고 캐나다 측 소식통이 전했다.

캐나다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재협상할 때 친(親)중국 행보를 보이는 멕시코를 배제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적극 나섰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에도 멕시코와 동일한 관세 인상폭을 적용하겠다고 밝히자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 엿보였다. 캐나다 정부는 성명을 통해 “오늘날 캐나다와 미국의 관계는 균형 잡혀 있으며 특히 미국 노동자에게 상호 간 이익이 되는 관계”라며 “캐나다는 미국의 에너지 공급에 필수적인 국가”라고 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중국은 중·미 경제 및 무역 협력이 본질적으로 상호 이익이 된다고 믿는다”며 “무역·관세 전쟁에 승자는 없다”고 밝혔다. 중국 언론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경제 매체 재련사는 “트럼프가 또다시 관세 몽둥이를 휘두른다”며 “트럼프의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CCTV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공약이 이행되면 매년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이 최대 780억달러(약 107조원) 줄어들 것”이라는 미국소매협회(NFR)의 최근 보고서 내용을 소개했다.

멕시코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통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멕시코 기업 또는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캐나다 기업과 함께 (차량 부품 등) 현지 생산을 증진하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멕시코는 중국의 우회 진출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26일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달러현물지수는 한때 0.7% 급등했다. 멕시코 페소는 달러 대비 1.3% 급락하며 2022년 후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캐나다달러는 한때 1% 이상 떨어지며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가 낙폭을 만회해 0.9% 내렸다. 중국 역외 위안화 가치도 한때 0.4% 하락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