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병원마다 천차만별 비급여에 칼 댄다"…정부 '참조 가격제' 검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실손보험제도 개선 방안
의료개혁특위 내달 발표
백내장 수술하며 렌즈삽입술
과잉진료 부르는 혼합진료 금지
도수치료 9만원~150만원 제각각
비급여, 합리적 가격 주기적 공시
응급실서 경증 진료 땐 실손 축소
정부 "필수의료 붕괴 막는 효과도"
의료계 "소비자 선택권 제한" 반발
의료개혁특위 내달 발표
백내장 수술하며 렌즈삽입술
과잉진료 부르는 혼합진료 금지
도수치료 9만원~150만원 제각각
비급여, 합리적 가격 주기적 공시
응급실서 경증 진료 땐 실손 축소
정부 "필수의료 붕괴 막는 효과도"
의료계 "소비자 선택권 제한" 반발
혼합진료는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꼽힌다.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의료비가 사실상 ‘공짜’다 보니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마저 거리낌 없이 받고 있어서다. 혼합진료가 일반화되면서 민간 보험사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 적자 폭도 날로 커졌다. 비급여 시장 확대에 의사들이 ‘피안성정(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 등 인기 전공과목에 쏠리는 현상도 뚜렷해졌다. 정부의 혼합진료 금지 추진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동시에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의대정원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던 기존 의료개혁에서 한발 더 나아간 ‘의료개혁 시즌2’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21년 1조8468억원이던 도수치료·체외충격파치료·증식치료 등 비급여 치료 실손보험금은 지난해 2조1270억원으로 치솟았다. 가벼운 증상에도 병원을 찾는 환자와 이들에게 더 많은 비급여 의료를 권해 수익을 얻으려는 의료진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혼합진료가 흔해지다 보니 건보 재정도 위협받고 있다. 비급여 진료를 받기 위해 급여 진료를 함께 받으면서 건보 보험금 지급이 덩달아 늘면서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올해 건보 지출액은 100조2000억원으로 한 해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122조원)과 맞먹는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앞으로 혼합진료를 할 때 건보와 실손보험에서 동시에 보험금을 보장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급여 진료인 물리치료와 백내장 수술에 건보 혜택을 주지 않고,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도 실손보험을 보장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모든 비급여 항목이 아니라, 의료 이용을 과다하게 부추기는 항목을 중심으로 조사한 뒤 실손보험금을 못 받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비급여 진료 가격을 주기적으로 조사해 공표하는 ‘참조 가격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비급여 진료비는 의사들이 임의로 정한다. 그렇다 보니 병원마다 비급여 가격은 제각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도수치료는 중앙값이 9만원인데 최대값은 150만원에 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올해부터 병원마다 어떤 항목으로 얼마를 받았는지 정보를 받고 있는데, 이를 취합해 가장 합리적인 가격이 얼마인지 공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제각각인 비급여 가격이 참조가격으로 점차 수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소아과, 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 수가 인상에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아 “고위험 진료를 하는 필수의료진이 자신의 노력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며 “공정한 보상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의사단체에서는 정부의 혼합진료 금지와 비급여 참조가격제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혼합진료가 금지되면 환자의 치료 선택권이 제한돼 소비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길성/서형교 기자 vertigo@hankyung.com
과잉 진료 항목, 보장 제한
혼합진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에 실손보험으로 보장받는 비급여 진료 항목을 끼워 넣는 진료 행위를 뜻한다. 급여 진료인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비급여인 도수치료를 받거나, 백내장 수술(급여 항목)과 함께 다초점렌즈 삽입술(비중증 과잉 비급여)을 받는 것이 대표적이다.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21년 1조8468억원이던 도수치료·체외충격파치료·증식치료 등 비급여 치료 실손보험금은 지난해 2조1270억원으로 치솟았다. 가벼운 증상에도 병원을 찾는 환자와 이들에게 더 많은 비급여 의료를 권해 수익을 얻으려는 의료진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혼합진료가 흔해지다 보니 건보 재정도 위협받고 있다. 비급여 진료를 받기 위해 급여 진료를 함께 받으면서 건보 보험금 지급이 덩달아 늘면서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올해 건보 지출액은 100조2000억원으로 한 해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122조원)과 맞먹는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앞으로 혼합진료를 할 때 건보와 실손보험에서 동시에 보험금을 보장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급여 진료인 물리치료와 백내장 수술에 건보 혜택을 주지 않고,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도 실손보험을 보장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모든 비급여 항목이 아니라, 의료 이용을 과다하게 부추기는 항목을 중심으로 조사한 뒤 실손보험금을 못 받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비급여 진료 가격을 주기적으로 조사해 공표하는 ‘참조 가격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비급여 진료비는 의사들이 임의로 정한다. 그렇다 보니 병원마다 비급여 가격은 제각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도수치료는 중앙값이 9만원인데 최대값은 150만원에 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올해부터 병원마다 어떤 항목으로 얼마를 받았는지 정보를 받고 있는데, 이를 취합해 가장 합리적인 가격이 얼마인지 공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제각각인 비급여 가격이 참조가격으로 점차 수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붕괴 막는다
정부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실손보험 개선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실손보험으로 비급여 진료 시장이 커지면서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손쉽게 돈을 버는 피부과, 안과, 정형외과 등의 개원을 선택하는 현상이 뚜렷해져서다.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합병원뿐 아니라 동네 병·의원에서도 소아과 등 필수과의 의사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혼합진료 금지를 통해 불필요한 의료 쇼핑을 막으면 필수의료의 불공정 보상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와 관련해 정부는 소아과, 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 수가 인상에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아 “고위험 진료를 하는 필수의료진이 자신의 노력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며 “공정한 보상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의사단체에서는 정부의 혼합진료 금지와 비급여 참조가격제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혼합진료가 금지되면 환자의 치료 선택권이 제한돼 소비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길성/서형교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