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정상화를 위해 메모리·파운드리 등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핵심 사업부장(사장)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과 가전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한종희 부문장(부회장)의 유임이 결정된 가운데 일부 사장급이 물러난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인 것을 감안해 최고경영자(CEO)는 유임하되 사장급 5~6명을 교체하는 ‘안정 속 쇄신’ 인사를 결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삼성 위기" 꺼내자마자…반도체 사업별 수장 싹 바꾼다
삼성전자는 신임 메모리사업부장과 파운드리사업부장을 이르면 27일 발표한다.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남석우 DS부문 제조&기술 담당 사장, 송재혁 반도체연구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최진혁 미주총괄 메모리연구소장 등이 신임 사업부장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DX부문은 한 부회장이 지금처럼 CEO를 맡되 겸임하는 생활가전(DA)사업부장은 문종승 DA사업부 개발팀장에게 넘겨줄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과 용석우 VD사업부장은 내년에도 현직을 유지하지만, 글로벌마케팅실과 북미총괄 등 주요 부서장은 교체한다.

DS부문도 CEO(전영현 부회장)는 유임하되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의 정상화를 이끌 메모리사업부장과 대만 TSMC와의 ‘격차 좁히기’ 미션을 맡은 파운드리사업부장을 바꾸는 식으로 분위기 전환과 사업 정상화에 시동을 걸기로 했다.

HBM·파운드리 부진에 충격 요법…메모리·파운드리 사장 전격 교체
부회장 3인 유임…불확실성 대응, 승진·임원 수는 10% 이상 줄 듯

삼성전자의 사장단·임원 인사의 키워드는 ‘안정 속 쇄신’이다.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와 디바이스경험(DX)부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을 이끄는 부회장들을 유임하는 식으로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되 핵심 사업을 총괄하는 사장급 인사 5~6명을 교체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엔 삼성전자가 최근 직면한 경영 환경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트럼프 2.0 시대’를 앞두고 커지는 사업 불확실성과 9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감안하면 경영 안정성이 중요하지만, 침체한 조직 분위기와 근원 기술에 대한 우려를 씻으려면 쇄신도 필요해서다.

○반도체 3대 사업부장 모두 교체

삼성전자는 이르면 27일부터 다음달 초까지 순차적으로 사장단·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한다. 관심을 끈 정현호 사업지원TF 부회장과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은 유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트럼프 2.0 시대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선 경험 많은 경영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선임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애초에 이번 인사 대상이 아니었다.

쇄신 인사의 타깃이 된 DS부문에선 △D램·낸드플래시(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수탁생산) △칩 설계(시스템LSI) 사업을 이끄는 사장급 수장이 모두 바뀐다. 인공지능(AI)용 메모리반도체의 핵심 제품이 된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고전하고 있는 데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한 만큼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HBM 사업의 정상화를 이끌 메모리사업부장에는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부사장)이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한 부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설계 엔지니어 출신으로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거치며 제품 기획·영업·마케팅 경험을 두루 쌓았다.

파운드리사업부장과 시스템LSI사업부장 후보군으론 남석우 DS부문 제조&기술 담당 사장, 최진혁 미주총괄 메모리연구소장 등이 있다. 남 사장은 연세대 요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세라믹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정 개발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고 메모리·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 등을 지냈다. 최 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경력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이 중용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종희·노태문·용석우 유임

DX부문 인사는 ‘안정’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회장의 유임 결정이 대표적이다. 한 부회장은 겸임 중인 생활가전(DA)사업부장을 내려 놓고 DX부문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후임 DA사업부장으로는 문종승 부사장(DA사업부 개발팀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은 유임된다. 삼성전자 브랜드 마케팅을 총괄하는 신임 글로벌마케팅실장으로는 최승은 MX사업부 마케팅팀장(부사장)이 거론된다.

올해 인사에서도 사장 승진자는 예년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삼성 안팎에선 반도체 전문가로 꼽히는 김용관 사업지원TF 부사장과 DS부문의 한진만 부사장, 윤태양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부사장) 등이 승진 후보로 거론된다. 임원 승진자와 전체 임원 수는 예년보다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선 내년 2월 이 회장의 2심 선고가 나오면 컨트롤타워와 경영 지원 조직 중심으로 큰 폭의 인적쇄신과 조직개편이 추가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황정수/박의명/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