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원달러 환율 1500원 코 앞, 내년 환율도 트럼프 입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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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이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주식, 채권, 통화 가치가 모두 약한 모습을 보이는 '트리플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달러는 유로화, 엔화, 스위스 프랑, 호주 달러 등 주요 선진국 통화 대비 전방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400원을 넘나들면서 고환율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상황이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원인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의 견조한 경기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다. 8월 초 샴의 법칙이 촉발한 블랙먼데이 이후 미국의 경기침체는 곧 도래할 사건처럼 취급되었으나, 이후 발표되는 고용지표는 여전히 견조하며 침체와는 거리가 먼 형태를 보였다. 당시 금융시장에서 전망하는 내년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6% 내외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그 수치가 1.9%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전망하는 내년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1%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금융시장은 Fed에 비해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둘째, 금융시장이 바라보는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면서 미국의 채권금리도 함께 높아졌다. 채권금리 상승의 기저에는 Fed가 바라보는 금리인하에 대한 시각이 다시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가져올 인플레이션과 채권 발행에 대한 부담이 더해지면서 채권시장 금리가 빠르게 올라왔다. 이처럼 미국의 펀더멘탈과 채권금리가 강하게 올라온 상황에서 정치적 요인들까지 겹쳤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달러가 강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겠다.
미국 산업구조의 체질 개선은 강달러 요인
고환율이 유지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달러의 하락은 쉽지 않은 환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 대비 미국의 독보적인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미국 예외주의가 강화되었다. 전 세계 경제에서 미국 GDP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20% 초·중반대에서 최근 30% 내외까지 확대되었다.
내년에도 미국 경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자금은 미국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산업 구조적인 측면에서 미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 나타났다는 점도 미국으로 자금이 이동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계정 내에서 구경제(old economy) 산업과 신경제(new economy) 산업으로 구분해보면, 2000년대 이후 코로나19 이전까지는 구경제 산업군이 비거주 고정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 이상으로 신경제 산업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각각의 비중은 역전되어 현재는 신경제 산업의 비중이 구경제 산업의 비중보다 더 높아진 상황이다. 아울러 각 산업의 자본적 지출(CAPEX) 투자 증가율을 보더라도 최근 1년간 신경제 산업의 자본적 지출 투자 증가율이 구경제 산업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이런 투자 증가에 힘입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주가도 크게 높아졌다.
(참고: ① 구경제: 구조물, 시설·장비, 운송·교통, 기타 시설 투자 ② 신경제: 소프트웨어, 정보처리, 지식재산권)
그러나 앞으로 미국의 구경제 산업이 쇠퇴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도 타당치는 않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구하는 산업 정책에는 전통 제조업을 다시 부흥시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 신경제 산업의 발전이 글로벌 수요와 트렌드에 의한 현상이라면, 미국 내 구경제 산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으로 부흥이 기대되고 있다.
결국 미국 내 신경제와 구경제 산업들이 함께 발전한다면, 글로벌 자금시장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직접, 간접 투자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요인들이 강달러 환경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현재 1400원 내외를 보이는 원·달러 환율은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1500원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원화 강세 요인도 존재하지만, 변동성이 커질 될 전망
미국의 산업 구조에서 신경제 산업이 구조적으로 비중이 높아지고 투자가 진행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미국은 한국의 수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해가는 국가로 바뀌었다. 2000년대 들어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었다. 물론 지금도 대중국 수출 비중이 결코 무시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의 1등 수출국은 미국으로 변화되었고 그 안에는 반도체 수출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이 신경제 산업을 중심으로 확장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의 헤게모니를 내년에도 쥐고 간다고 본다면, 한국 경제의 수출 산업을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과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높아지는 때에는 원화가 강세를 보였다. 이를 고려하면 내년 원화가 일방적인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은 다소 비관적인 전망일 수 있다.
글로벌 펀더멘탈이 강달러를 지지하는 환경이 맞다. 그러나 그 안에서 미국 중심의 경제성장이 한국의 수출 증가를 이끌어 줄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일방적이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여전히 한국의 대중국 무역 비중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벌어질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격화되는 시나리오에서는 원화 가치에 최악이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트럼프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제시했던 무역 정책들이 내년에 실제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수위가 조절되는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한 점들이 아마도 현재 원·달러 환율 1400원을 지지하는 받침대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기 집권 시절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Fed의 기준금리부터 시작해서 주식, 달러 가치 등 금융 시장 전반에 걸쳐 수많은 노이즈를 만들어냈던 것으로 유명하다.
내년에도 당분간 글로벌 외환시장은 펀더멘탈보다는 트럼프의 입에 의해 변동성이 높아지는 한 해가 될 것 같다는 우려를 지우기 힘들다. 내년 환율의 평균적인 레인지는 올해보다 다소 높아진 흐름 아래, 상하방 변동성이 모두 큰 한 해가 될 것 같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
원·달러 환율 1400원은 '뉴노멀'일까?
국내 금융시장의 트리플 약세 지속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이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주식, 채권, 통화 가치가 모두 약한 모습을 보이는 '트리플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달러는 유로화, 엔화, 스위스 프랑, 호주 달러 등 주요 선진국 통화 대비 전방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400원을 넘나들면서 고환율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상황이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원인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의 견조한 경기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다. 8월 초 샴의 법칙이 촉발한 블랙먼데이 이후 미국의 경기침체는 곧 도래할 사건처럼 취급되었으나, 이후 발표되는 고용지표는 여전히 견조하며 침체와는 거리가 먼 형태를 보였다. 당시 금융시장에서 전망하는 내년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6% 내외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그 수치가 1.9%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전망하는 내년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1%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금융시장은 Fed에 비해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둘째, 금융시장이 바라보는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면서 미국의 채권금리도 함께 높아졌다. 채권금리 상승의 기저에는 Fed가 바라보는 금리인하에 대한 시각이 다시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가져올 인플레이션과 채권 발행에 대한 부담이 더해지면서 채권시장 금리가 빠르게 올라왔다. 이처럼 미국의 펀더멘탈과 채권금리가 강하게 올라온 상황에서 정치적 요인들까지 겹쳤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달러가 강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겠다.
미국 산업구조의 체질 개선은 강달러 요인
고환율이 유지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달러의 하락은 쉽지 않은 환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 대비 미국의 독보적인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미국 예외주의가 강화되었다. 전 세계 경제에서 미국 GDP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20% 초·중반대에서 최근 30% 내외까지 확대되었다.
내년에도 미국 경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자금은 미국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산업 구조적인 측면에서 미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 나타났다는 점도 미국으로 자금이 이동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계정 내에서 구경제(old economy) 산업과 신경제(new economy) 산업으로 구분해보면, 2000년대 이후 코로나19 이전까지는 구경제 산업군이 비거주 고정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 이상으로 신경제 산업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각각의 비중은 역전되어 현재는 신경제 산업의 비중이 구경제 산업의 비중보다 더 높아진 상황이다. 아울러 각 산업의 자본적 지출(CAPEX) 투자 증가율을 보더라도 최근 1년간 신경제 산업의 자본적 지출 투자 증가율이 구경제 산업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이런 투자 증가에 힘입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주가도 크게 높아졌다.
(참고: ① 구경제: 구조물, 시설·장비, 운송·교통, 기타 시설 투자 ② 신경제: 소프트웨어, 정보처리, 지식재산권)
그러나 앞으로 미국의 구경제 산업이 쇠퇴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도 타당치는 않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구하는 산업 정책에는 전통 제조업을 다시 부흥시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 신경제 산업의 발전이 글로벌 수요와 트렌드에 의한 현상이라면, 미국 내 구경제 산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으로 부흥이 기대되고 있다.
결국 미국 내 신경제와 구경제 산업들이 함께 발전한다면, 글로벌 자금시장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직접, 간접 투자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요인들이 강달러 환경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현재 1400원 내외를 보이는 원·달러 환율은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1500원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원화 강세 요인도 존재하지만, 변동성이 커질 될 전망
미국의 산업 구조에서 신경제 산업이 구조적으로 비중이 높아지고 투자가 진행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미국은 한국의 수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해가는 국가로 바뀌었다. 2000년대 들어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었다. 물론 지금도 대중국 수출 비중이 결코 무시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의 1등 수출국은 미국으로 변화되었고 그 안에는 반도체 수출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이 신경제 산업을 중심으로 확장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의 헤게모니를 내년에도 쥐고 간다고 본다면, 한국 경제의 수출 산업을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과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높아지는 때에는 원화가 강세를 보였다. 이를 고려하면 내년 원화가 일방적인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은 다소 비관적인 전망일 수 있다.
글로벌 펀더멘탈이 강달러를 지지하는 환경이 맞다. 그러나 그 안에서 미국 중심의 경제성장이 한국의 수출 증가를 이끌어 줄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일방적이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여전히 한국의 대중국 무역 비중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벌어질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격화되는 시나리오에서는 원화 가치에 최악이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트럼프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제시했던 무역 정책들이 내년에 실제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수위가 조절되는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한 점들이 아마도 현재 원·달러 환율 1400원을 지지하는 받침대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기 집권 시절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Fed의 기준금리부터 시작해서 주식, 달러 가치 등 금융 시장 전반에 걸쳐 수많은 노이즈를 만들어냈던 것으로 유명하다.
내년에도 당분간 글로벌 외환시장은 펀더멘탈보다는 트럼프의 입에 의해 변동성이 높아지는 한 해가 될 것 같다는 우려를 지우기 힘들다. 내년 환율의 평균적인 레인지는 올해보다 다소 높아진 흐름 아래, 상하방 변동성이 모두 큰 한 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