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이달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한다. 정부와 여당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의 부작용이 크다는 재계 우려를 반영해 제시한 대안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 사장단과 만나 정부가 설계한 자본시장법을 설명하고 의견을 나눴다. 4대 그룹 사장단은 소액주주 보호에 적극 나서기로 약속하는 한편 자본시장법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최 부총리에게 전달했다.

정부는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기업의 물적분할 재상장 및 합병·분할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을 손질하기로 했다. 기업 물적분할 이후 신설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심사를 강화하는 기간을 종전 5년에서 무기한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상장사 합병 과정에서 합병비율을 시가(주가)가 아니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반영한 공정가액으로 산출하기로 했다. “시가를 기준으로 인수합병(M&A) 기업 몸값을 산정하는 기존 방식이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상장사가 합병을 결의할 경우 이사회는 주주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도록 노력하는 한편 이사회의 합병 관련 의견서를 공시하도록 했다. 또 기업이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대주주는 제외)에게 공모 신주의 20%를 우선 배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국민의힘 및 대통령실과 28일 이 같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놓고 최종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늦어도 연내에는 자본시장법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에 나선 것은 야당에서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의 부정적 파급력이 작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야당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상법을 손질하면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가 기업 이사를 상대로 배임·사기죄 소송을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법 개정안이 기업 경영을 옥죌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부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대안으로 ‘핀셋 규제’인 자본시장법 개정을 들고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야당은 상법 개정안을 강행할 방침이다. 야당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는 오는 29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4대 그룹 사장단과 상법 개정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김익환/박상용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