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소식에 숨 고른 유가…증산 연기, 美 관세 등 변수는 아직 [오늘의 유가]
상승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기반을 둔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의 휴전 방침을 발표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가 증산 계획 연기를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유가가 급등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대비 0.17달러(0.25%) 하락한 배럴당 68.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월 인도분은 0.2달러(0.27%) 내린 배럴당 72.81달러로 마감했다. WTI는 종가 기준으로 이달 15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브렌트유 역시 이틀 연속 하락했다.
휴전 소식에 숨 고른 유가…증산 연기, 美 관세 등 변수는 아직 [오늘의 유가]
WTI는 장 초반 한때 2% 가까이 급등하며 배럴당 70달러를 웃돌기도 했다. OPEC+가 내년 1월 예정된 하루 18만배럴 점진적 증산을 재차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외신 보도에 따른 것이다.

OPEC+는 다음 달 1일 회의를 열어 이 같은 증산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애초 하루 220만배럴 감산을 지난 9월까지만 유지할 계획이었지만, 중국 수요 둔화와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로 증산을 계속 미루고 있다.

이후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안보 내각 회의 뒤 가진 연설에서 레바논과의 휴전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레바논에서의 휴전은 이란의 위협에 집중하고, 군의 재정비와 하마스 고립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다만 "헤즈볼라가 합의를 깨면 즉각 대응할 것"이라며 휴전 기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유가는 2달러 이상 하락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WTI 종가 마감 이후 영상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27일 오전 4시부터 발효되는 6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6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도시 시돈의 한 학교에서 레바논 피란민들이 휴전 발표에 기뻐하고 있다. 중앙의 팻말에는 사망한 하산 나스랄라 전 헤즈볼라 지도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사진=EPA)
26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도시 시돈의 한 학교에서 레바논 피란민들이 휴전 발표에 기뻐하고 있다. 중앙의 팻말에는 사망한 하산 나스랄라 전 헤즈볼라 지도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사진=EPA)
로버트 야거 미즈호증권 에너지 선물 부문 이사는 "휴전이 현실화되면 유가가 배럴당 최소 3달러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휴전은 이란이 헤즈볼라의 합의안을 받아들였음을 암시한다"며 "이는 이스라엘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행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을 낮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니엘 갈리 TD증권 원자재 전략가는 알고리즘 기반 투자자들의 매수 활동이 휴전 협상 소식으로 인한 유가의 급락을 방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휴전 소식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상당한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최근 며칠간 유가 상승에 기여한 알고리즘 기반 투자자의 매수 행위가 빠르게 매도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부과 정책에서 화석 연료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보도했다. 캐나다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400만배럴로 대부분이 미국으로 향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캐나다산 원유는 미국산 원유와 달라 대체가 쉽지 않다"며 관세 부과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