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제조 메카 부산…'AI 전환'으로 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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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신발산업 리포트
디자이너·제조사 사이 AI 매칭
8개월 제조 공정 40일만에 끝내
신발 관련 창업 기업 세 배 늘어
디자이너·제조사 사이 AI 매칭
8개월 제조 공정 40일만에 끝내
신발 관련 창업 기업 세 배 늘어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8일 기업인 20여 명 중심의 경제사절단을 구성해 베트남 호찌민을 찾았다. 경제사절단의 목적지는 지역 신발 제조사의 대표 격인 화승그룹과 삼덕통상의 베트남 법인. 특히 삼덕통상은 베트남 롱안성에 진출한 30여 개 한국 법인 중 가장 큰 공장 규모를 자랑한다. 내년에는 2000명을 새로 채용해 2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티케이지태광(경남 김해), 창신INC(부산), 화승엔터프라이즈(부산) 등 국내 주요 신발 제조사 3개사의 작년 매출 합계는 5조3320여억원에 이른다. 전국에서 유일한 글로벌 신발 제조 생태계다.
1913년 고무신의 탄생(실용신안 획득), 1972년 세계 최대 규모 신발 공장 완공(국제상사) 등 적어도 신발 제조와 관련한 거대 이벤트는 부산에서 일어났다. 특히 1990년 신발 수출 43억달러(약 5조6000억원)를 달성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국가 예산이 19조2000억원 수준이었으므로, 신발 수출로만 국가 예산의 4분의 1가량을 책임진 셈이다.
하지만 정점을 찍은 뒤 급격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수출액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8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일찌감치 해외 생산 거점을 마련한 제조사 외에 대다수 기업은 영세 신발 부품 제조사로 남았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등장하며 신발 제조 메카 부산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다. 부산테크노파크 조사에 따르면 신발 관련 창업 기업 수는 2014년 419개사에서 2020년 1239개사로 세 배가량 늘었다. 안광우 부산테크노파크 신발패션진흥단장은 “신발 제조 출하액 기준 국내 시장 기준은 6조5000억원 수준이지만, 수입 등 신발 유통 시장을 따지면 시장은 20조원 규모로 급격히 커진다”며 “디자인과 유통 중심의 신발 창업 시장이 일어나면서 정보기술(IT)과 블록체인 같은 디지털 전환 관련 기술을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완제품 제조사 외에도 밑창 등 수십 개의 신발 부속품을 제조하는 영세 공장들이 부산에 밀집했다는 점은 최근 AX(인공지능 전환) 흐름의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실제로 이 같은 흐름은 지역 신발 산업계에 서서히 퍼지고 있다. 스타트업 크리스틴컴퍼니는 전국 1000여 개의 신발 부속품 공장 중 절반가량을 이미 데이터로 녹였다. 그 결과 8개월 정도가 걸린 신발 제조 공정은 디자이너와 제조사 사이를 AI가 매칭해 단 40일 만에 모든 작업이 마무리된다. 14만 개의 신발 디자인 이미지도 AI가 학습을 마쳐 신발 디자인의 장벽을 대폭 낮췄다.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는 “해외 유명 브랜드는 한국 제조 공장을 선호한다”며 “디자인 중심 유명 브랜드와 국내 공장을 연결하는 형태의 글로벌 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티케이지태광(경남 김해), 창신INC(부산), 화승엔터프라이즈(부산) 등 국내 주요 신발 제조사 3개사의 작년 매출 합계는 5조3320여억원에 이른다. 전국에서 유일한 글로벌 신발 제조 생태계다.
1913년 고무신의 탄생(실용신안 획득), 1972년 세계 최대 규모 신발 공장 완공(국제상사) 등 적어도 신발 제조와 관련한 거대 이벤트는 부산에서 일어났다. 특히 1990년 신발 수출 43억달러(약 5조6000억원)를 달성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국가 예산이 19조2000억원 수준이었으므로, 신발 수출로만 국가 예산의 4분의 1가량을 책임진 셈이다.
하지만 정점을 찍은 뒤 급격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수출액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8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일찌감치 해외 생산 거점을 마련한 제조사 외에 대다수 기업은 영세 신발 부품 제조사로 남았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등장하며 신발 제조 메카 부산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다. 부산테크노파크 조사에 따르면 신발 관련 창업 기업 수는 2014년 419개사에서 2020년 1239개사로 세 배가량 늘었다. 안광우 부산테크노파크 신발패션진흥단장은 “신발 제조 출하액 기준 국내 시장 기준은 6조5000억원 수준이지만, 수입 등 신발 유통 시장을 따지면 시장은 20조원 규모로 급격히 커진다”며 “디자인과 유통 중심의 신발 창업 시장이 일어나면서 정보기술(IT)과 블록체인 같은 디지털 전환 관련 기술을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완제품 제조사 외에도 밑창 등 수십 개의 신발 부속품을 제조하는 영세 공장들이 부산에 밀집했다는 점은 최근 AX(인공지능 전환) 흐름의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실제로 이 같은 흐름은 지역 신발 산업계에 서서히 퍼지고 있다. 스타트업 크리스틴컴퍼니는 전국 1000여 개의 신발 부속품 공장 중 절반가량을 이미 데이터로 녹였다. 그 결과 8개월 정도가 걸린 신발 제조 공정은 디자이너와 제조사 사이를 AI가 매칭해 단 40일 만에 모든 작업이 마무리된다. 14만 개의 신발 디자인 이미지도 AI가 학습을 마쳐 신발 디자인의 장벽을 대폭 낮췄다.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는 “해외 유명 브랜드는 한국 제조 공장을 선호한다”며 “디자인 중심 유명 브랜드와 국내 공장을 연결하는 형태의 글로벌 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