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어선에 대기 중인 참치어군 탐지용 해상 드론.  해양드론기술 제공
원양어선에 대기 중인 참치어군 탐지용 해상 드론. 해양드론기술 제공
사람의 눈으로 관측이 어려운 용접 접합부의 틈새를 기계가 찾아낸다. 납기율 등 공장 설비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대량으로 학습한 인공지능(AI)은 스스로 가상의 공정을 가동해 공정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량의 데이터를 생산한다.

제조업뿐 아니다. 참치 어군을 찾는 것도, 물고기가 살기 적합한 수질을 관리하는 것도 AI의 몫으로 돌아왔다. 바이오 영역에서도 AI를 활용한 질병 치료의 꿈이 실현되고 있다.

○척추 골절 발견부터 제조 최적화까지

부산연합기술지주는 제조 AI 분야 스타트업 두 곳에 투자했다. 테스원과 웰스테크다. AI 관련 투자는 바이오 관련 스타트업에도 이어졌다. 척추 압박골절을 예측하는 AI를 개발한 스피나이를 발굴했다.

테스원은 자동차 용접 불량을 잡아내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자동차 소재의 다양한 용접부에 대한 단면과 미세조직 분석 등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용접 불량 여부를 가리는 기술이다. 배터리 소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자동차 차체는 400개 이상의 부품에 용접이 이뤄진다. 조립의 80~90%를 용접 및 접합 공정이 차지한다. 장비를 이용하지만 사람의 눈으로 결함을 찾는 과정이 이어져 용접 품질 확보가 자동차의 안전과 직결된다. 테스원은 AI 기술을 활용한 용접 전 최적 용접 조건을 설정하고 품질을 예측하는 시스템과 용접 후 자동화 용접 품질 검사 시스템으로 기존 용접 공정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웰스테크는 공장의 지능형 생산 스케줄링 솔루션을 개발했다. 가상으로 확률 기반의 생산 공정 시뮬레이션을 가동한다. 생산 품목과 설비 정보 등 실제 공장 데이터가 반영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량의 데이터를 생성해 최적 생산 스케줄과 생산 지연 및 병목 등의 문제점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 정보는 강화학습 AI를 거쳐 더욱 정교해진다. 납기율과 설비 가동률, 최대 생산성 등을 달성하기 위한 함수가 반영된 AI는 생산 인력의 고령화와 데이터 수집의 어려움을 겪는 영세 제조 공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대안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척추 압박골절은 사고나 고령화로 일어나는 증상이지만 환자들은 대부분 단순 통증 정도로 인식하는 질병이다. 의사도 이를 예측할 수단이 없다는 게 현재 의료계의 현실이다. 스피나이는 AI로 압박골절을 예측하는 알고리즘, 생성형 AI로 척추 엑스레이를 CT 자료로 재구성하는 방법 등 네 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물류 혁신도 AI가 일군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역 디지털 기초체력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에 참여한 어기야팩토리는 이동식 수조 개념을 고안했다. 직접 개발한 센서를 달아 해수 질을 관리한다. 센서는 용존산소량, pH 등의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AI가 폐수를 판별하고 정화를 거치는 방식으로 해수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구조가 정착되면 내륙에도 신선한 해수 공급이 가능해져 노량진 수산시장과 같은 형태의 수산물 유통 거점이 형성될 수 있다.

해양드론기술은 원양 어선에 쓰이는 참치 어군 탐지용 헬기를 해양 드론으로 대체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해양 드론이 찾은 영상 정보를 AI가 판독해 자동으로 참치 어군의 위치를 선장에게 알리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해양드론기술은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 부산에서 태평양 각지에 흩어진 원양어선의 드론을 원격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