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 사진=연합뉴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용인·평택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기를 옮기는 송전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 작업 비용의 절반 이상을 재정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규모만 최소 1조원이 넘어설 전망이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도 높이고, 내년에만 14조원에 달하는 정책금융도 공급한다.

정부는 27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열고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방안’ 발표했다. 정부가 지난 6월 총 26조원 규모의 지원안을 내놓은데 이어 반년 만의 추가 대책이다. 반도체 클러스타 송전 인프라 구축에 재정을 투입하고, 연구개발(R&D)등에 대한 세제 지원을 늘려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골자다.

우선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 인프라 구축에 대한 기업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 인프라 사업비는 총 3조원이다. 정부는 그 중 1조8000억원을 차지하는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과 관련해 정부의 비용 분담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와 지원 비중을 협의 중”이라며 “정부 부담율을 절반 이상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전력 공급 계획도 확정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국전력 등과 협약을 맺고 2039년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돼야 할 6기가와트(GW) 이상의 전력 공급 계획 및 비용 분담 방안을 확정했다.

호남과 동해안으로부터 대규모 전력을 수송하는 공용망 송전선로는 한국전력이 전액 비용을 부담한다. 공용망에서 클러스터까지 송전선로 및 산단 내 변전소 건설에 대해선 국가산단(1단계), 일반산단(1·2단계) 총 사업비 2조4000억원 중 공공이 약 7000억원(약 30%), 민간이 약 1조7000억원(약 70%)을 분담하기로 했다.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정부 지원 한도를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특화단지 기반 시설 지원 한도는 단지별 500억원으로, 대규모 투자사업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반도체 및 연구개발(R&D) 시설에 세액공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반도체 기업에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 확대가 추진된다. 현재 반도체 기업은 조세특례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의 투자세액 공제가 적용되는데, 이를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인상율은 전날 여야가 잠정 합의한 5%포인트가 유력하다.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R&D 장비 등 연구개발을 위한 시설투자를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R&D 장비 등 연구개발시설은 일반 투자세액공제(대기업 1%·중소기업 10%)가 적용되지만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면 최대 35%까지 투자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생산 지원을 위해 동박적층판(CCL) 용 동박 및 유리섬유 등 반도체 제조 주요 원재료에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내년에는 소재·부품·장비, 팹리스, 제조 등 반도체 전 분야에 걸쳐 14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 산업은행의 반도체 저리 대출 프로그램(4조2500억원)을 비롯해 설비 및 R&D 투자 대출, 보증료 감면 및 보증 비율 상향, 수출대금 미수령액 손실보상 등 다각도의 금융 지원에 나선다. 내년 1200억원의 신규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조성하고, 연내 200억원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상생 펀드' 투자도 추진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