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엄포에 무덤덤한 美증시…트럼프 1기 학습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취임 첫날 주요 교역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음에도 2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전반적으로 무덤덤한 반응을 나타냈다. 당장은 관세 부과 위협을 '협상 수단'으로 인식한 반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오후 6시 35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내년 1월 취임 당일 중국에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26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2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57% 오르며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고, 나스닥종합지수도 0.63% 올랐다.

다만 캐나다 또는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거나 부품을 공급받는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포드 주가는 각각 8.99%, 5.68%, 2.63% 하락했다. 또 멕시코 페소화와 캐나다 달러도 달러화 대비 각각 1.8%, 0.9% 급락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뉴욕 증시는 추가 관세 발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존스 트레이딩의 데이브 루츠는 이와 관련해 "관세 이행까지 긴 과정에서 1라운드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시장이 관련 뉴스들을 할인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일단 관세가 이행되면 이만큼 가혹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라의 투자전략가 찰리 맥엘리갓은 "트럼프 1기 이래 나타난 '거래의 기술'"이라며 "지렛대와 의도를 갖고 협상을 높고 강하게 시작하는 것이다. 대선 한달 전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가 말한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베센트는 트럼프 2기 관세 정책과 관련해선 관세가 '협상 도구'라는 인식을 드러내 왔다.

찰스 슈왑의 수석 투자전략가 케빈 고든은 "지금은 위협이 단지 위협일 뿐"이라며 "트럼프가 자기 말을 지킬 것으로 예상하는 게 타당하지만, 이들 정책의 세부 내용과 순서가 불확실한 만큼 지금 당장 시장에서 가격을 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컨설팅 업체 올리버 위먼의 파트너 컨설턴트 대니얼 탄네바움도 "취임 두 달 전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은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새 행정부 팀이 취임 후 실제 무엇을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2기가 1기와 비교해 두 가지 달라진 측면을 짚었다. 첫째 힘의 지렛대에 더 익숙하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신속히 부과하기 위해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법은 트럼프 당선인이 첫 임기 때인 지난 2019년 국경장벽 건설에 반대하는 의회로부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썼던 법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첫 관세는 연방 기관의 조사가 필요해 실제 부과까지 약 1년이 걸렸다.

북미와 중국 간 무역 문제에 관해 일한 적 있는 로펌 톰슨 하인의 선임 자문 댄우초는 "이번의 속도는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둘째는 트럼프 당선인을 제어할 시장 친화적인 고위 관리들이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선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의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보좌관, 엑손모빌 회장을 지낸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등이 트럼프의 충동을 억제했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이런 인물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각료 지명자들의 주요 특징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충성과 기존 체제를 무너뜨리는 그의 접근 방식에 대한 동의다.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가 유일한 예외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