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대신 BYD"…세계 車시장 '지각변동'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일본차가 장악해온 자국 시장은 물론 동남아 시장 등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자동차 업체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완성차나 부품 공급업체 할 것 없이 여러 업체가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급변하는 모양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크게 하락했다.

중국 시장의 경우 현지에 진출해 있는 6개 일본 자동차 업체가 모두 점유율이 떨어져 전체적으로 5년간 8.8%포인트 하락했다. 세계 1위 업체 도요타마저 판매량 정체기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거리의 자동차는 대부분 일본차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일본 브랜드의 인기가 높았지만 최근 비야디(BYD)를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이 이를 갉아먹고 있다. 일본 차 점유율은 5년간 6.1%포인트 떨어졌다.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도요타가 아직 가장 많긴 하지만 닛산 브랜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달 초 닛산은 수익이 급격히 줄어 일자리와 생산량을 줄였다고 발표했다.

대신에 올해 7월 첫 판매를 시작한 BYD가 10월 판매량 기준 인도네시아 6위 자동차 브랜드에 올랐다.

4만 달러(약 5천600만 원)부터 시작하는 BYD 중형 전기차 씰이 가장 잘 팔린다.

태국과 싱가포르에서도 일본차 점유율이 2019년 50% 이상이던 것이 올해 35%까지 하락했다.

태국의 경우 12%포인트, 싱가포르는 18%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도요타는 픽업트럭 분야에서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며 버티는 모습이지만 다른 브랜드는 전반적으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차의 위상은 많이 낮아졌다. 지난 1998년 세계 승용차 시장에서 일본차 점유율은 21.6%였으나 2023년에는 11.4%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에 비해 중국차 점유율은 1.4%에 불과하던 것이 27배나 커져 38.4%를 차지한다. 지금 기준으로 일본의 3배를 훨씬 넘는다.

중국차의 질주는 미국과 유럽 자동차 업체들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는 지난주 유럽 인력 4천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7년까지 독일에서 일자리 2천900개, 영국 800개, 다른 유럽 국가에서 300개를 줄이기로 하고 노조와 협의 중이다. 이는 유럽 전체 인력의 14% 정도다.

포드는 독일 쾰른 공장의 익스플로러와 카프리 모델 생산량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될 경우 쾰른에 근무하는 포드 직원은 2018년 약 2만명에서 2027년 1만명 이하로 줄게 된다.

지프, 크라이슬러, 피아트, 푸조, 램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다국적 완성차 그룹 스텔란티스는 재고를 줄이기 위해 미국 공장에서 일자리 1천100개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오하이오주 털리도 소재 지프 생산라인의 근무 패턴도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해 생산 속도를 늦출 계획이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여름 램 모델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뒤 미시간주 공장에서 2천450여 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은 경영 위기 타파를 위해 구조조정을 계획 중이지만 노조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BMW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실적을 내는 등 고전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순이익은 작년보다 83.8% 줄어든 4억7천600만유로(7천150억원)였으며 이자·세금 차감 전 영업이익(EBIT)은 16억9천600만유로(2조5천470억원)로 지난해 3분기보다 61.0% 감소했다.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은 2.3%에 그쳤다.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2분기 이후 최저치다.

BMW는 중국에서 판매량이 1년 사이 약 30% 줄어 타격을 받았다.

자동차 업계 1위 부품 공급업체 보쉬도 추가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보쉬는 2032년까지 독일 내 사업장 3천800명을 포함해 전체 5천500명을 줄일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