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톤에 있는 Fed 빌딩. 사진=연합AFP
미국 워싱톤에 있는 Fed 빌딩. 사진=연합AFP
미국 중앙은행(Fed) 위원들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역환매조건부채권(RRP) 금리를 0.05%포인트 내리는 방안을 언급했다. Fed의 양적 긴축(QT)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데다 기준금리 인하 대신 사용할 수 있는 통화 정책을 제시한 것이다.

26일(현지시간) 공개된 11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RRP 금리를 '기술적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RRP 금리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초과 자금을 Fed에 맡기고 받을 수 있는 이자율이다. RRP 금리가 낮아지면 금융기관이 Fed에 돈을 맡기는 대신 시장에서 더 높은 수익을 찾게 된다. 시장의 유동성이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RRP 금리는 연 4.55%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연 4.5~4.75%)의 하단보다 0.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Fed 위원들은 “RRP금리를 0.05%포인트 낮추면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의 하단과 같아진다”며 “다른 머니마켓 금리에 약간의 하락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마켓 금리란 금융시장에서 만기 1년 이내인 초단기로 자금이 거래될 때 적용되는 금리다.

Fed에 금융기관이 맡긴 RRP 잔액은 2022년 말 최고치(2조6000억달러)에서 현재 약 1500억달러 이하로 줄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감소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시중 유동성 공급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뜻이다. RRP 금리를 내리면 Fed의 양적 긴축(QT)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금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유동성 압박에 대비할 수 있다.

RRP 금리 인하는 Fed가 기준금리를 직접 내리는 대신 보조적인 통화정책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실제 11월 FOMC 의사록에서 일부 참석 위원들은 “경제지표가 예상대로 나오고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2%로 둔화하며 경제가 완전 고용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한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중립적인 정책 입장으로 나아가는 게 적절하다고 예상했다"라고 전했다. 금리 인하 결정과 함께 향후 추가 인하 속도와 관련해 신중한 접근에 공감대를 표한 것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지난 14일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Fed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미국 경제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어떤 신호도 보내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뉴욕=박신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