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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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1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현대차가 주주가치를 본격적으로 높이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보통주 390만6545주(8731억1281만원)와 우선주 등 기타주 75만8323주(1268억8723만원)를 장내매수 방식으로 취득한다고 27일 공시했다. 취득기간은 28일부터 내년 2월 27일까지다. 주당 가격은 지난 26일 종가(보통주 16만2900원) 기준이며 향후 주가 변동에 따라 실제 취득수량 및 취득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현대차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이다.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의 수를 줄여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매입한 자사주 가운데 7000억원 규모는 소각할 전망이다. 나머지 3000억원 규모는 임직원 보상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8월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향후 3년간 4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은 당시 밝혔던 계획의 일부를 실행한 셈이다.

현대차는 또 배당에 들어가는 돈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투입한 돈을 합친 뒤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개념인 총주주환원율(TSR) 개념도 도입하고 내년부터 3년간 TSR 35%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TSR은 주식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살펴보는 항목 중 하나다. 현대차의 지난해 TSR이 25%인 점을 감안하면 10%포인트 끌어올린 것이다.

현대차는 계획에 따라 자사주 매입과 함께 최소 주당 1만원이 넘는 배당금을 매년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최소 배당금을 제시한 것은 주주들에게 그만큼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재 9~10% 수준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5~2027년 11~12%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일본 도요타그룹 ROE(10%)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이다. 주주환원율을 높이려면 그만큼 수익을 많이 내야 한다. 현대차가 2030년까지 영업이익률 10%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이유다.

현대차는 2017년부터 주주환원책을 꾸준하게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 연간 2회 배당(중간·기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분기배당도 도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간 1조원 이상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미국 S&P 500 상장 기업과 비숫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