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VN익스프레스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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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LG전자가 1억100만명에 이르는 인구를 자랑하는 베트남에서 TV 시장을 휩쓸고 있다. 특히 가격이 저렴해진 대형 TV 판매량이 늘면서 이들 기업 입장에선 매출을 끌어올릴 발판이 마련된 상황. 도시 중산층이 늘면서 인공지능(AI) 기능을 갖춘 스마트 TV 수요가 높아진 만큼 시장 내 영향력을 한층 확대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춰졌다.

베트남, 대형 TV 판매량 증가…삼성·LG 점유율 선두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대형 TV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는 전자제품 판매업체 셀폰S의 55인치 이상 대형 TV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이 업체 전체 TV 판매량 가운데 75인치 이상 대형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2%에서 5%를 웃도는 수준으로 뛰었다.

셀폰S 관계자는 "대형 TV는 좋은 경험을 제공하지만 가격 장벽과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해 소비자들이 망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대형 TV 가격이 25% 이상 낮아진 데다 기기가 얇아지면서 공간을 차지하는 면적이 줄자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한 현지 전자제품 매장 매니저는 "최근 (대형 TV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매일 1~2명의 고객이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하지만 예전엔 한 대를 판매하는 데 3~4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TV를 교체하려는 현지 소비자들도 이전보다 큰 모델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TV가 고장났거나 새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기존에 쓰던 모델보다 더 큰 제품을 찾고 있다.

삼성전자는 75인치 스마트TV를 2100만동에 판매하고 있다. 5년 전 판매가보다 절반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85인치 모델과 98인치 모델은 각각 4980만동, 7920만동에 판매된다. LG전자는 1800만동에 75인치 스마트TV를 내놨다. 86인치 스마트TV는 4980만동, 98인치 모델은 9990만동에 판매 중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TV 시장에서 40% 안팎의 점유율로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다. LG전자는 10% 중반대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올 상반기 2위를 기록했다. 소니는 LG전자와 유사한 수준의 점유율로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는 50~60%에 이르는 압도적 점유율로 다른 브랜드들을 앞질렀다.
사진=LG전자 뉴스룸
사진=LG전자 뉴스룸

"AI 기능 스마트TV 수요↑…상당한 성장 예상"

베트남은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중산층 인구도 늘고 있다. 그만큼 TV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는 지난해 약 3700만명에서 내년에 56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AI 기능을 탑재한 최신 스마트TV로 라이프스타일을 개선하려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베트남 도시 지역 가구 중 약 60%는 스마트TV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48%를 기록했던 2020년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셈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자 증가도 TV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 조사를 보면 올해 베트남 TV 시장 규모는 7억7490만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기관은 베트남 TV 시장이 올해부터 2029년까지 연평균 2.35%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엔 시장 영향력을 키울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AI 기능을 탑재한 신제품으로 글로벌 TV 시장을 공략하려는 이들 기업과 스마트TV를 선호하는 베트남 소비 트렌드가 맞아떨어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 켄 리서치는 "AI, 음성인식 기술의 통합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TV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해 베트남에서 판매된 스마트TV의 약 30%가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 알렉사와 같은 음성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이러한 TV는 향상된 상호작용성과 편의성을 제공해 스마트홈 생태계의 광범위한 추세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이 기관은 "베트남 정부의 4G·5G 네트워크 확장으로 더 나은 스트리밍 경험이 가능해져 스마트 TV 도입이 더욱 가속화됐다"며 "향후 5년 동안 베트남 TV 시장은 TV 디스플레이의 지속적인 기술 발전, 스마트 홈 시스템의 보급 증가, 4K·8K와 같은 고해상도 TV에 대한 소비자 수요 증가로 인해 상당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