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볼리비아 공략, 수십억 달러 쏟아 소금사막 차지 [원자재 포커스]
볼리비아 정부와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 등이 볼리비아 남서부 우유니 소금 사막에 리튬 추출 공장 2기를 건설하는 계약을 맺었다. 볼리비아의 정치적 혼란이 극심한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계약이 무산될 수 있는 위험에도 중국은 적극적으로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리비아 정부는 중국 CBC 컨소시엄의 최소 10억달러의 투자를 받아 직접추출(DLE) 방식 리튬 생산공장 두 곳을 건설하는 프로젝트 합의서에 서명했다. 다만 의회 승인 절차가 남아있다. CBC는 CATL 자회사인 브런프, 낙양몰리브덴(CMOC) 등이 구성한 컨소시엄이다. 볼리비아 정부 지분은 51%다. 남미의 여러 국가에 걸친 우유니 소금사막(염호)에서 아르헨티나, 칠레에 이어 볼리비아도 개발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대부분의 자본과 기술을 투입해 볼리비아와 CATL 등은 두 개의 공장에서 연간 3만5000톤(t)의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다. 볼리비아 국영 리튬 기업 YLB 오마르 알라르콘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계약은 공장 시설 엔지니어링 설계와 건설·운영을 포괄하고 있다"며 "연간 1만t의 탄산리튬을 생산하는 공장 한 곳과 2만5000t의 배터리 등급 탄산리튬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구성됐다"고 전했다.
중국 컨소시엄 CBC의 마춘성 대표(왼쪽)와 볼리비아 리튬기업 YLB 오마르 알라르콘 대표(오른쪽)이 26일(현지시간) 볼리비아 라파스 우유니호 리튬 직접 추출 공장 2기를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EPA
중국 컨소시엄 CBC의 마춘성 대표(왼쪽)와 볼리비아 리튬기업 YLB 오마르 알라르콘 대표(오른쪽)이 26일(현지시간) 볼리비아 라파스 우유니호 리튬 직접 추출 공장 2기를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EPA
볼리비아는 매장량 2100만t에 이르는 세계 최대급 리튬 매장지를 보유하고 있으나, 정치적 불안 때문에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1990년대부터 리튬 자원 개발을 시도했으나 2018년부터 지금까지 생산량이 1400t에 불과하다.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과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 간의 권력 다툼으로 폭력 시위를 넘어 내전 수준의 무장 충돌이 잇따르고 있어 해외 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정당 분열로 아르세 대통령의 여당이 지금도 의회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볼리비아는 러시아 기업 우라늄원과도 지난 9월 9억7000만달러 규모의 리튬 공장(연간 생산량 1만4000t) 계약을 맺었으며, 의회 승인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장악한 CATL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몇 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볼리비아 염호 개발에 뛰어들었다. CBC는 입찰에서 기술 성숙도, 재무 제안, 기술 매개변수, 프로젝트 수행 시간에서 경쟁사들인 이탈리아 프로텍노, 프랑스 에라멧, 호주 오리튬 등을 압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CATL은 지난 1월 YLB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지난 6월 우유니 소금 사막과 오루로 소금 사막을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미 시범 생산 공장을 건설중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포함해 2028년까지 추가 투자를 진행해 연간 리튬 10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 기업들의 투자액은 최대 90억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현일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