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파괴의 '거미'로 엮어낸 공예 작가 25인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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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문화재단 7회 현대공예전 '아라크네 아이'
12월 12일까지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12월 12일까지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예로부터 '거미'는 수호자이자 파괴자로 통했다. 화려한 외형으로 상대를 유혹하는 존재가 되기도 하고, 끝없이 거미줄을 치며 새끼와 가족을 지키는 모성의 형태로 그려지기도 했다.
두 얼굴을 가진 생명체, 거미를 공예로 풀어낸 작가들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서울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7회 현대공예전 ‘아라크네 아이’다. 이번 전시에는 2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공예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 25인의 작품이 공개된다.
전시 제목에서 나오는 아라크네는 바느질로 신의 경지에 이른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이다. 자신의 뛰어난 기술에 오만했던 그는 공예의 수호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저주를 받고 거미로 환생해 영원히 거미줄을 짜야만 하는 운명에 놓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푸른문화재단은 이 신화를 접한 뒤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거미를 주제로 전시를 기획하고 전시 제목도 아라크네의 이름을 따 와 지었다. 대중에겐 오만과 거만의 상징으로 알려진 아라크네지만, 그 뒤에 가려진 장인으로서의 모습에 주목했다. 거미가 주제가 된 만큼 이번 전시에 나온 공예 작품은 모두 거미줄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실과 섬유에서부터 철사, 말총까지 다양한 재료를 마치 거미가 거미줄을 엮듯 엮고 묶어낸 작업들이다. 25명의 작가들이 모인 만큼, 재료도 작업 방식도 모두 다르다.
숙명여대 르네상스관에 들어서자마자 눈을 사로잡는 건 난간과 벽을 빼곡히 메운 붉은 설치작품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빨간 실타래가 천장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빨간색 실처럼 보이는 재료는 다름아닌 양파망이다. 작가는 양파망 속에 아이들 놀이용 플라스틱 볼 풀을 넣은 후 천장에 매달았다. 이 작품은 여성성과 모성을 나타낸 작업이다. 여성이 출산과 배란을 겪으며 흘리는 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문신미술관 한가운데 뻥 뚫린 공간에는 수많은 '미니 인간'들이 자리했다. 인간 형상을 한 조각들은 웅크리고 앉거나 우뚝 선 채 관객을 바라본다. 실과 전혀 연관이 없는 작품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모든 사람 조각엔 실이 감겨져 있다. 레진으로 인간 모형을 잡은 뒤 그 위에 다양한 색깔의 실을 묶어두었다.
많은 인간 조각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머리에 무거운 장식을 한아름 얹은 채 웅크려 앉은 사람이다. 작품의 제목은 '삶의 무게'. 제목이 드러내듯 수많은 고민과 스트레스를 머리 위에 얹은 채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의 슬픔을 표현했다. 이밖에도 와이어 철사를 거미처럼 엮고 그 위에 버려진 알루미늄 비닐을 리본처럼 엮은 작업, 철사로 거미줄 모양의 드레스를 표현한 작품, 말에서 나온 말총을 엮고 묶어 거미줄처럼 만들어낸 설치작 등 거미와 거미줄을 주제로 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관람할 수 있다.
바로 옆 전시장에는 스테인레스 와이어를 코바늘로 뜨개질한 설치작이 놓였다. 온라인, 웹 네트워크가 모두 거미줄로부터 나왔다는 데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이다. 거미줄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를 연결하는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 라디오와 전화기, 스마트폰 형상을 만든 이유다. 쿠팡 로고가 박힌 스테인레스 봉투도 나왔는데, 서로를 대면하지 않은 채 오직 속도만이 중요해진 각박한 사회를 꼬집었다. 푸른문화재단이 일곱번째 진행한 이번 공예 전시 프로젝트는 다음달 12일까지 열린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두 얼굴을 가진 생명체, 거미를 공예로 풀어낸 작가들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서울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7회 현대공예전 ‘아라크네 아이’다. 이번 전시에는 2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공예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 25인의 작품이 공개된다.
전시 제목에서 나오는 아라크네는 바느질로 신의 경지에 이른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이다. 자신의 뛰어난 기술에 오만했던 그는 공예의 수호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저주를 받고 거미로 환생해 영원히 거미줄을 짜야만 하는 운명에 놓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푸른문화재단은 이 신화를 접한 뒤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거미를 주제로 전시를 기획하고 전시 제목도 아라크네의 이름을 따 와 지었다. 대중에겐 오만과 거만의 상징으로 알려진 아라크네지만, 그 뒤에 가려진 장인으로서의 모습에 주목했다. 거미가 주제가 된 만큼 이번 전시에 나온 공예 작품은 모두 거미줄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실과 섬유에서부터 철사, 말총까지 다양한 재료를 마치 거미가 거미줄을 엮듯 엮고 묶어낸 작업들이다. 25명의 작가들이 모인 만큼, 재료도 작업 방식도 모두 다르다.
숙명여대 르네상스관에 들어서자마자 눈을 사로잡는 건 난간과 벽을 빼곡히 메운 붉은 설치작품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빨간 실타래가 천장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빨간색 실처럼 보이는 재료는 다름아닌 양파망이다. 작가는 양파망 속에 아이들 놀이용 플라스틱 볼 풀을 넣은 후 천장에 매달았다. 이 작품은 여성성과 모성을 나타낸 작업이다. 여성이 출산과 배란을 겪으며 흘리는 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문신미술관 한가운데 뻥 뚫린 공간에는 수많은 '미니 인간'들이 자리했다. 인간 형상을 한 조각들은 웅크리고 앉거나 우뚝 선 채 관객을 바라본다. 실과 전혀 연관이 없는 작품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모든 사람 조각엔 실이 감겨져 있다. 레진으로 인간 모형을 잡은 뒤 그 위에 다양한 색깔의 실을 묶어두었다.
많은 인간 조각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머리에 무거운 장식을 한아름 얹은 채 웅크려 앉은 사람이다. 작품의 제목은 '삶의 무게'. 제목이 드러내듯 수많은 고민과 스트레스를 머리 위에 얹은 채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의 슬픔을 표현했다. 이밖에도 와이어 철사를 거미처럼 엮고 그 위에 버려진 알루미늄 비닐을 리본처럼 엮은 작업, 철사로 거미줄 모양의 드레스를 표현한 작품, 말에서 나온 말총을 엮고 묶어 거미줄처럼 만들어낸 설치작 등 거미와 거미줄을 주제로 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관람할 수 있다.
바로 옆 전시장에는 스테인레스 와이어를 코바늘로 뜨개질한 설치작이 놓였다. 온라인, 웹 네트워크가 모두 거미줄로부터 나왔다는 데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이다. 거미줄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를 연결하는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 라디오와 전화기, 스마트폰 형상을 만든 이유다. 쿠팡 로고가 박힌 스테인레스 봉투도 나왔는데, 서로를 대면하지 않은 채 오직 속도만이 중요해진 각박한 사회를 꼬집었다. 푸른문화재단이 일곱번째 진행한 이번 공예 전시 프로젝트는 다음달 12일까지 열린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