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자 미국 및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 주가가 급락했다. 취임 직후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세율의 신규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혀 이들 국가에 공급망을 구축한 완성차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멕시코에 공장 있는데 어떡해"…日 닛산·도요타 '초비상'

◆美 3대 완성차 업체 줄줄이 하락

26일(현지시간) 미국 3대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GM 주가는 8.99% 내렸고 포드와 스텔란티스는 각각 2.63%, 4.79% 떨어졌다. 전날 트럼프 당선인이 SNS를 통해 내년 1월 취임한 후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도 기존 관세에서 세율을 10%포인트 높이겠다고 선언한 영향이다. 올해 1~7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자동차를 가장 많이 수출한 기업은 GM, 포드, 닛산, 스텔란티스 순이라는 점에서 이들 기업은 관세 정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그간 2020년 트럼프 행정부 1기에 도입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의 무관세 혜택을 이용해 이들 국가에 공급을 크게 의존했다.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미국보다 저렴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완성차, 부품 등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16%(약 250만 대)는 멕시코에서, 7%는 캐나다에서 생산됐다.

에마뉘엘 로스너 울프리서치 애널리스트는 WSJ에 “두 나라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 부품이 연간 970억달러(약 135조5700억원) 규모며 완성차는 400만 대가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정책으로 올해 기준 1600만 대에 이르는 경차 수요 가운데 100만 대가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부품은 자동차에 설치되기 전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여러 차례 넘나드는데, 그때마다 관세를 매기면 생산 비용 증가와 소비자가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는 멕시코에 10%씩 관세를 부과할 때마다 GM의 주당순이익은 20%, 포드는 10%가량 줄어들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일본 업체들도 비상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유럽 및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자산운용사 번스타인의 대니얼 로스카 분석가는 “관세가 실제로 시행되면 폭스바겐과 같은 유럽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국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럽 주요 자동차 업체의 주가 하락으로 시가총액 100억유로(약 14조7000억원)가 날아갔다. 유럽 증시에서 범유럽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600의 자동차·부품 지수는 전날 대비 1.7% 하락하며 전체 지수 하락폭(-0.5%)을 크게 웃돌았다. 이날 폭스바겐 주가는 2.2%, BMW는 1.2% 떨어졌다. 27일 일본 닛산자동차와 도요타자동차 주가도 전일 대비 각각 4%, 3% 넘게 떨어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불법 마약 유통 및 이민을 이유로 제시한 관세 정책이 오히려 미국에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관세 정책으로 완성차 가격이 오르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