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스윕' 예견한 드러켄밀러…'트럼프 수혜' 제약주 싹쓸이
월가의 거물 헤지펀드 매니저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올해 3분기에는 미국 공화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하는 ‘레드 스윕’과 정책금리 인하를 예측한 투자를 단행했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은행주를 사들이고 제약사에 투자하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예고한 규제 완화 흐름에 올라탔다.

드러켄밀러의 개인 자산을 관리하는 듀케인패밀리오피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주식 보유 현황(13F)에 따르면 듀케인은 3분기 제약주와 지역은행 비중을 크게 늘렸다. 3분기 들어 듀케인이 보유한 임상 유전자 검사 회사 나테라 지분은 직전 분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분기 듀케인이 보유한 나테라 지분 가치가 2억1400만달러였는데 3분기에는 4억5300만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기 듀케인이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은 지역은행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SPDR S&P 리저널 뱅킹’(KRE)이다. 듀케인은 3분기에만 이 ETF를 1억1620만달러어치가량 신규 매수했다. KRE는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3.94%를 차지해 단숨에 보유 비중 7위에 올랐다. 이 지역은행 ETF는 11월에만 10% 넘게 올랐고 나테라는 약 38% 상승했다.

드러켄밀러는 3분기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하며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0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주식, 암호화폐, 트럼프미디어 주가 등 시장 안팎에서 트럼프 측의 승리를 관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듀케인이 3분기에 새로 담은 33개 종목에도 제약 또는 지역은행 관련주가 대거 포함됐다. 제약주로는 이스라엘의 다국적 제약기업 테바(TEVA), 폐 질환 전문 제약 기업 베로나파마(VRNA)를 담았다. 지역은행주로는 미국 오하이오주 지역은행 헌팅턴뱅크셰어스(HBAN)와 키코프(KEY), 테네시주 지역은행 퍼스트호라이즌은행(FHN)을 사들였다. 주로 제조업 공장 지대가 있는 중부 지역주다.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고율 관세 정책을 시행할 경우 해외에 있던 미국 기업의 생산기지가 자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 수혜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월가의 인공지능(AI) 예찬론자로 알려진 드러켄밀러가 새로 담은 AI 종목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AVGO)이다.

듀케인은 3분기에만 4100만달러를 들여 브로드컴 약 24만 주를 샀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