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세종시와 춘천시가 지방의회와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다른 정당이면서 단체장 소속 정당 기준 시·도의회 구성도 세종시는 ‘여소야대’, 춘천시는 ‘여대야소’ 구조다.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집행부와 의회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역점 사업이 잇달아라 좌초돼 행정력 낭비와 함께 시민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시-지방의회 극한 대립…세종·춘천 핵심사업 '올스톱'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육동한 춘천시장(더불어민주당)은 시의회와 세계태권도연맹본부(WT) 건립 사업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전체 23명 의원 중 국민의힘이 다수당(13명)인 춘천시의회는 지난 19일 임시회에서 WT 건립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전격 제외했다. 국비 5억원이 불용될 위기에 처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시한 국비 교부 마감 기한이 다음달 초순으로 다가오면서 시간도 촉박한 상황이다.

시 체육계는 “WT 본부 유치는 춘천시가 국제 스포츠 도시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도시 발전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주민자치지원센터 지원 조례도 폐지했다. 센터의 운영 방식이 주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육 시장은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며 맞서고 있다. 시의회는 다음달 2일부터 정례회를 열어 2025년도 당초 예산안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청 관계자는 “조례 폐지로 춘천시가 센터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사라져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주민자치 활성화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시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최민호 세종시장(국민의힘)은 시의회와 2026 세종국제정원박람회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전체 20명의 의원 중 민주당이 다수당(13명)인 세종시의회는 지난달 박람회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국회도 관련 정부 예산 77억원을 일단 보류했다. 최 시장이 단식 농성까지 벌였지만 의회는 요지부동이다.

세종시의회는 25일엔 제94회 정례회 4차 본회의에서 박람회 개최를 위한 환경녹지국 소관의 2025년 세종문화관광재단 출연 동의안을 부의하지 않았다. 시는 동의안을 통해 재단에 일반회계 세출 예산을 출연해 박람회 조직위 출범과 행사장 조성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박람회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회의 제동에 지역 사회단체들의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춘천시체육회와 58개 종목단체는 “시의회가 춘천의 국제적 위상과 지역 경제 발전을 외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세종시 11개 사회단체 회원으로 구성된 ‘세종 정원도시박람회 시민참여 추진위원회’도 26일 국회를 방문해 박람회 정상 추진을 촉구했다.

춘천·세종=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