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동산신탁업 7위(수탁액 기준) 업체 무궁화신탁에 대주주 지분 매각 등을 포함해 강제 구조조정 결정을 내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부실에 따른 후유증이 본격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PF 부실 후유증 확산…무궁화신탁에 사실상 매각 명령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를 열어 무궁화신탁에 대한 적기시정조치를 의결했다. 적기시정조치는 부실이 발생한 금융회사에 이뤄지는 강제 구조조정 조치다. 경영개선 권고, 요구, 명령 등 세 단계가 있다. 무궁화신탁은 가장 수위가 높은 경영개선 명령을 받았다.

금융위는 경영개선 명령의 세부 이행 방안으로 유상증자(신규 자금 투입) 및 자회사 정리를 통한 자체 정상화, 금융지주회사 등 제3자 매각, 신규 차입형·책임준공형 영업 정지 등을 제시했다. 무궁화신탁은 이런 내용을 반영한 경영개선계획을 내년 1월 24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무궁화신탁이 계획을 내지 않거나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인가 취소 처분을 받는다.

이 회사의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적기시정조치 기준치인 150% 아래로 내려갔다. 회사 측은 3분기 기준 NCR이 124%라고 당국에 보고했으나,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69%로 드러났다. 경영개선 명령 기준인 100%를 밑돈 것이다. NCR은 운용 가능 자본을 위험도를 적용한 미래 필요 자금으로 나눈 값인데, 무궁화신탁이 각 수치를 잘못 적용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금융위는 무궁화신탁이 수익성 높은 책임준공형 신탁 사업을 무리하게 벌인 게 재무구조 악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 소유자(위탁자)가 신탁사(수탁자)에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하고 신탁사가 해당 부동산을 관리, 개발하는 사업이다. 책임준공형은 개발 사업에 신탁사가 보증을 서는 형태여서 일반 관리형보다 수수료가 10배가량 많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책임준공형은 자금력이 풍부한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들이 주로 하고 있어서 무궁화신탁 같은 사례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은 작다”며 “무궁화신탁 구조조정이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무궁화신탁 대주주의 자금 투입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 때문에 금융지주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재 NH, DGB, BNK 등의 금융지주가 부동산 신탁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강현우/류병화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