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디딘 1기 신도시 재건축…분당 1.1만·일산 9000가구 시동
수도권 1기 신도시(경기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에서 ‘재건축 첫 타자’로 나설 선도지구 단지 3만6000가구가 27일 공개됐다. 선도지구에 준하는 지원을 받는 연립주택으로 구성된 1300여 가구를 포함하면 3만7000여 가구가 2027년 착공해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재건축에 나선다. 경쟁이 치열했던 선도지구 선정에는 주민 동의율보다 공공기여 수준이 당락을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 분당 샛별·양지·시범 등 선정

국토교통부와 성남·고양·안양·부천·군포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이날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된 단지 명단(13개 구역·3만5897가구)을 발표했다. 아파트가 아닌 연립주택 1369가구(2개 구역)는 별도 정비 물량으로 지정해 선도지구와 비슷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총 3만7266가구가 정비사업에 나선다. 국토부가 당초 제시한 선도지구 기준 물량(최대 3만9000가구)을 거의 채운 셈이다.

분당에선 샛별마을 2843가구(동성·라이프·우방·삼부·현대빌라)와 양지마을 4392가구(금호1·청구2·금호한양3·5·한양5·6·금호청구6), 시범단지 3713가구(우성·현대·장안건영3) 등 3개 구역 1만948가구가 선도지구를 꿰찼다. 시범단지 우성은 당초 인근 삼성한신 등과 7769가구 규모의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다 둘로 쪼개진 뒤 먼저 재건축할 수 있게 됐다. 가구 수가 비교적 적은 샛별마을은 추가 공공기여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 선도지구는 분당중앙공원 인근에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분당은 5만9000여 가구가 선도지구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하지만 분당 남쪽의 미금·오리역 인근, 북쪽 야탑·이매역 인근 단지는 고배를 마셨다.

일산에선 백송마을 2732가구(1·2·3·5단지)와 후곡마을 2564가구(3·4·10·15단지), 강촌마을 3616가구(3·5·7·8단지) 등 3개 구역 8912가구가 선도지구로 뽑혔다. 백송마을은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1월 방문해 노후 단지의 생활 여건을 점검한 곳이다. 연립주택인 정발마을 2·3단지(262가구)도 별도 정비 물량으로 선정됐다. 일산은 인근 창릉과 대곡 등의 택지에서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재건축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공공기여 수준 등이 당락 갈라

평촌에선 꿈마을금호·한신·라이프·현대(1750가구)와 샘마을임광·우방·쌍용·대우·한양(2334가구), 꿈마을우성·건영5·동아·건영3(1376가구) 등 3개 구역 5460가구가 선도지구로 지정됐다. 모두 인덕원~동탄선 안양도매시장역(가칭) 주변 단지여서 교통 인프라 개선과 재건축 호재를 동시에 잡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에선 반달마을A 3570가구(삼익·동아·선경·건영)와 은하마을 2387가구(대우동부·효성쌍용·주공1·2) 등 2개 구역 5957가구가 선도지구 목록에 올랐다. 또 산본에선 자이백합·삼성장미·산본주공11(2758가구), 한양백두·동성백두·극동백두(1862가구) 등 2개 구역 4620가구가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정부는 개별 단지의 구체적 점수, 순위 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쓴맛을 본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분당에서는 주민 동의율 만점(95% 이상)을 받은 단지가 10여 곳 나왔다. 공공기여 수준이 변별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분당은 부지 면적의 5% 이상을 추가로 공공기여로 내놓으면 6점을 주기로 했다. 선도지구 선정 단지는 모두 이를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 관계자는 “2등과 3등을 차지한 단지의 점수는 같았고, 4등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천시와 군포시 관계자도 “상위 단지의 주민 동의율은 거의 비슷했고, 가구 수나 주차 대수 등에서 판가름이 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선도지구로 지정되기 위해 공공기여 추가 제공, 장수명 주택 인증 등을 써낸 것이 사업성을 갉아먹어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허가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개별 조합원이 추가 분담금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가 사업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인혁/유오상/한명현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