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6일(현지시간) 차기 정부의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제이미슨 그리어 킹스앤드스팰딩 변호사(44·사진)를 지명했다.
美 통상전쟁 이끌 USTR 대표에 한·미 FTA 개정론자
그리어 지명자는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을 설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라이트하이저와 함께 트럼프 정부에서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참여해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때 미국 측 교체수석으로 투입됐으며 미국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으로 바꾸는 과정에도 참여했다.

○“한·미 FTA 그대로 두지 않겠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에서 “제이미슨은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맞서 싸우기 위해 중국과 다른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고, 실패한 NAFTA를 미국 근로자에게 더 유리한 USMCA로 대체했다”고 소개했다. 또 그가 라이트하이저 밑에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회복하는 데 박차를 가했으며 재앙적이던 지난 수십 년간의 무역정책을 되돌려놨다”며 그가 앞으로 “미국의 제조업과 농업, 서비스업을 보호하고 세계 수출시장을 열어서 USTR이 미국의 거대한 무역적자를 통제하는 데 집중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어는 그동안 여러 차례 기고문 및 언론 인터뷰, 국회 증언을 통해 강고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였다. 특히 중국에 대해 확고한 강경론을 펼쳤다. 지난 5월 의회에 제출한 증언서에서 그는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인) 2016년까지의 대중 무역정책으로 미국의 제조 기반과 고용은 감소하고 미국은 중국에 크게 의존하게 됐으며 중국은 이런 이점을 활용해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동맹이라고 해도 그의 접근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초 그는 국내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미 FTA를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무역협정은 미국의 필요에 맞춰 재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현대자동차 대관 업무조직인 글로벌폴리시오피스(GPO)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현대차 같은 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등 미국 경제에도 기여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언급하며 협정을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韓 플랫폼법, 무역 갈등 고조” 주장도

지난 1월에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플랫폼공정경쟁 촉진법이 “한국이 보호주의로 선회하는 것으로 한·미 FTA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른 비차별 약속을 위반한 것이며, 글로벌 무역에 대한 워싱턴의 지지가 약화된 상황에서 불필요한 도발이 될 수 있다”는 글을 미국 매체 배런스에 기고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리어의 지명으로 트럼프의 핵심 경제의제가 ‘관세’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리어가 지명되면서 트럼프 정부의 차기 경제부문 진용이 확정됐다. 재무장관에 월가 출신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 창업자, 상무장관에 하워드 러트닉 캔터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 USTR 대표에 라이트하이저의 심복 그리어,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케빈 해싯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4인방이 공조하는 체제다. 이들은 각각 집중하는 분야가 다르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고관세 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해 온 인물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상무부 장관으로 러트닉을 내정하면서 그가 USTR도 감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USTR은 현재 백악관 직속체제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