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을 내놨다. 지난 6월 반도체산업 지원 방안을 내놓은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추가로 마련한 대책이다. 국회에서 여야가 ‘K칩스법’으로 반도체 지원 수준을 높이는 입법 논의를 진행하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정부의 행보다. 오랜만에 반도체로 먹고사는 나라다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정부의 추가 지원책 중 핵심은 세제 지원 확대다.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보면 현재 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인데 이를 높인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당장은 5%포인트 상향이 유력하다. 그제 여야가 조세소위 소소위 회의에서 합의한 상향률을 존중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장기적으론 추가 상향 여부를 국회와 논의하기로 했다. 연구개발(R&D) 시설투자의 세액공제율은 대폭 높아진다. 대기업은 R&D 장비를 구매할 경우 현재는 일반으로 분류돼 세액공제율이 1%에 불과하지만 정부는 이를 20%까지 높이기로 했다.

용인 반도체산업단지의 전력공급 계획도 완성됐다. 국가산업단지에 대해선 한국전력의 3개 발전자회사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를 3개 지어 2030년부터 3GW의 전력을 공급하고, 이후엔 장거리 송전선로를 건설해 호남 지역에서 전력을 끌어오기로 했다. 일반산업단지엔 한전이 30%를 부담해 전용 송전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것은 R&D 인력 주 52시간 예외 적용, 세액공제율을 미국·대만과 같은 25%로 높이는 것, 정부 보조금 제도 도입 정도다. 추가 논의를 통한 전향적 결론을 기대한다. 또 하나의 시급한 사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받기로 한 64억달러와 4억5000만달러의 보조금을 제대로 지급받는 일이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트럼프 2기 정부효율부를 이끌 비벡 라마스와미가 정면으로 태클을 걸고 나선 만큼, 정부와 반도체 기업들이 원팀을 이뤄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 이미 보조금을 수령한 TSMC와의 형평성 등을 활용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반도체 기업들도 정부 지원을 토대로 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매진해야 한다. K반도체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메모리 분야에서 초격차를 이뤘지만 이제 중국의 추격에 직면했다. 설계와 파운드리에선 미국·대만과의 거리가 벌어지는 양상이다. 어제 단행된 삼성전자의 반도체 인사 쇄신이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