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부심 꺾은 고려의 '푸른 반도체'… 274점 대공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
지난 20년간 연구결과 집대성
국보·보물 등 274점 소개
"비엔나 1900전과 함께 보세요"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
지난 20년간 연구결과 집대성
국보·보물 등 274점 소개
"비엔나 1900전과 함께 보세요"

12세기 북송에서 온 사신, 서긍이 남긴 기록이 대표적이다. 그는 까다로운 성격이었다. 고려의 전통차를 대접받고는 면전에서 “떫고 쓰다”고 혹평할 정도였다. 하지만 사자 모양 청자를 보고는 이렇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그릇 가운데 가장 정교하고 빼어나다. 우리나라 황실의 도자기에 견줄 만하다.”
중국 사신의 끝없는 자부심도 꺾을 만큼 탁월한 예술품이었던 고려의 상형청자.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는 그 정수를 한 자리에서 보여주는 전시다. 출품된 작품은 274점에 달한다. 국보 11점, 보물 9점을 비롯해 미국·일본·중국에서 빌려온 걸작 청자 등 작품의 면면도 화려하다.
고려청자의 비밀은 ‘투명도’
가장 먼저 전시 1부에서 관람객들을 맞는건 삼국시대 흙을 빚어 만든 상형토기다. 서유리 학예사는 “상형청자의 뿌리는 흙으로 모양을 빚어 ‘예술적인 그릇’을 만드는 삼국시대의 전통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DNA’가 청자로 꽃피우기 시작한 건 고려시대인 10세기 무렵 중국에서 도자기 제작 기술을 수입하면서부터다.

고려청자만의 매력을 만들어내는 비결은 ‘투명도’다. 고려 도공들이 개발한 기법 덕분에 고려청자는 원재료가 흙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투명함과 은은한 회청색을 갖출 수 있었다. 불투명한 북송 도자기와 달리 고려청자에서 섬세한 세부 묘사와 정교한 입체감이 돋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자로 만나는 1000년 전 고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3부 ‘생명력 넘치는 형상들’이다. 사방을 유리로 만든 쇼케이스들 속에 고려 상형청자를 대표하는 걸작이 각각 들어있다. 국보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는 고려청자 기술의 결정체다. 향을 태우는 몸체, 연기가 나가는 뚜껑 부분, 받침을 각각 만들어 붙이고 몸체에는 연꽃잎을 하나하나 붙여 아름다운 모양을 만들어냈다. 음각과 양각, 투각(구멍을 뚫는 기법)과 첩화(덧붙여서 무늬를 만드는 기법) 등 온갖 기술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마지막 4부 ‘신앙으로 확장된 세상’에는 도교와 불교에 관한 청자 유물들이 나와 있다. 도교 인물을 형상화한 ‘청자 사람모양 주자’, 고려가 몽골의 침략에 맞서던 13세기 제작된 불교 수행자상 ‘청자 나한상’등을 주목할 만하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 25일 열린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의 역량을 결집한 전시”라고 자신했다. 이유가 있다. 지난 20년간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진행된 상형청자 연구 결과가 이번 전시에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3D 스캔, CT 촬영, 3차원 형상 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동원한 박물관의 연구 덕분에 수백 년간 베일에 가려졌던 상형 청자의 제작 과정과 내부 구조 등을 알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청자 사자모양 향로’의 몸체는 몸통과 얼굴, 다리를 각기 만들어 붙인 뒤 꼬리를 끼워 완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시장에 설치된 인터랙티브 영상을 통해 연구 결과와 주요 상형청자들의 내부 구조를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