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 2024 ESG 경영혁신포럼
문성후 법무법인 원 센터장이 2024 ESG 경영혁신포럼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서범세 기자
문성후 법무법인 원 센터장이 2024 ESG 경영혁신포럼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서범세 기자
“글로벌 정치적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유럽연합(EU)과 미국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는 등 기업이 마주하는 대외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1월 20일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2024 ESG 경영혁신포럼’이 개최됐다. 국내 유일의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가 ‘위기와 도전, 2025 경영 전략’이라는 주제로 마련한 이날 행사는 주요 기업 ESG 담당자는 물론 대학, 로펌, 컨설팅사까지 ESG 관련 종사자 100여 명이 참석해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하영춘 한국경제매거진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기업들이 저성장 시대를 돌파하고, 지속가능경영을 강화하는 데 이 포럼이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변화의 순간에 기업이 반드시 살펴야 할 중요한 의제를 던지는 〈한경ESG〉가 여러분의 동반자로서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트럼프, 기후정책 실용적 측면에서 재검토"

이날 기조연설자로는 문성후 한국ESG학회 부회장 겸 법무법인 원 ESG센터장(미국 뉴욕주 변호사)이 나섰다. 문 센터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미국에서의 정치 환경 변화에 중점을 두고 트럼프 시대 ESG 경영의 방향에 대해 강연했다.

트럼프는 석유산업 확대에 따른 에너지 독립을 기반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문 센터장은 “미국의 원칙과 실행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원칙적으로 트럼프의 반ESG 정책은 굉장히 급격할 것으로 생각되고, 기업은 이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문 센터장은 트럼프가 적극적인 반ESG 정책을 취하지만, 대통령이 지배하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분리된 미국의 제도적 토대가 미국의 급브레이크를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았다. 예컨대 빅테크 본사가 밀집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연방정부와 구별된 독립적 기조의 정책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다.

문 센터장은 “트럼프 당선자는 경제와 기후 정책을 실용적 측면에서 재검토하며 ESG 정책을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반면, 유럽은 미국의 ESG 리더십 퇴조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기업은 두부처럼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게 대응하고, 연합 행동을 통해 많은 기관과 협업하는 형태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SG정책, 우리기업에 무역장벽 될 것

이어진 토론에서는 문성후 센터장을 좌장으로 문두철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양은영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실장,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지속가능센터장이 참여했다.

문 교수는 “글로벌 ESG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기는 하지만, 우리 기업이 마주하는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과 EU 정책 방향이 상이해지면서 이 정책을 분석하고 각 시장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환경 및 기후 규제 완화를 기회로 활용하면서 인권·노동 문제를 대비하고, EU 시장에서는 공급망 관리와 함께 탄소 감시 요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정 부회장은 글로벌 공시 의무화 트렌드에 따른 우리 기업의 공시 부담에 대해 언급했다. 정 부회장은 “이미 현재 자율 공시에도 거짓 공시일 경우 매매거래가 정지되는 등 페널티를 안고 있는데, ESG 공시가 법정 공시가 되면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전망으로는 “고탄소 산업은 점점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저탄소 기술은 집중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보았다.

양 실장은 “ESG라는 명칭은 아니더라도 이런 방향의 규제나 법안이 외국 기업 또는 외국 제품을 막는 데 분명 더 강화되어 사용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양 실장은 “유럽의 ESG 정책뿐 아니라 미국의 환경 및 노동 인권 규제가 단순히 최종 기업뿐 아니라 공급망과 협력업체에도 동참을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 수출 기업에는 무역장벽이나 투자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뒤 “이미 기업은 (ESG를) 선택사항이 아닌 의무적 투자 개념으로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센터장은 “기업체 공급망에 요구되는 탄소관리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중요한데, 앞으로 한국에서도 탄소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 50~100달러까지 전망된다”며 “탄소가격이 급격히 높아지면 앞으로 탄소배출권 구매 가격이 기업의 영업이익과 맞닿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EU의 탄소국경세가 들어오면 철강이나 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은 탄소가격에 대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탄소 데이터 관리를 위한 내부 통제 프로세스 구축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트럼프 시대, 지속가능경영 전략은
토론에 이어 공급망, 지속가능성 공시, 2025 ESG 트렌드를 주제로 특강이 이어졌다. 먼저 ‘공급망 지속가능성 전략’에 대해 강연한 류종기 EY한영 상무는 기업에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대응을 통해 가시성과 민첩성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류 상무는 “공급망을 지원하는 조직구조를 재구성하고, 업무 표준화를 통한 탄력적 인력 지원, 기업의 문화 변화, 공급망 운영 비용 절감과 수익 최적화를 달성하는 기업 조직 양성 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급망 관리가 비용 최적화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비자동화되고 경직적이라면, 앞으로는 클라우드를 통한 민첩하고 네트워크화된 생태계가 조성되고, 인공지능까지 아우르는 자율 실행 공급망으로서 나아가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경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실장은 ‘지속가능성 공시를 활용한 ESG 경영 개선’에 대해 강연했다. 김 실장은 “기업은 ESG 공시를 통해 경영활동의 투명성을 높일 뿐 아니라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으며, 자본조달 비용을 낮추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현재 마련된 공시 초안에 많은 글로벌 투자자가 관심을 보인다”며 “기업이 부담을 느끼는 스코프 3 공시나 내부 탄소가격 등은 기업이 선택해 공시하게 했고, 향후 피드백을 반영해 구체적 일정을 확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강연자인 곽승현 ERM 파트너는 ‘2025년 핵심 ESG 키워드’로 ▲AI 붐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 ▲그린워싱이 촉발한 기술개발 ▲적극적인 기후 적응 전략 시행 ▲밸류체인 탈탄소화 강화 ▲효과적 실사에 대한 요구 ▲자연자본 운영 전략화 등 5가지를 꼽았다.

곽 파트너는 “기업이 높아진 평균기온에 맞춰 적극적인 기후 적응 전략을 시행해야 하고, 밸류체인 탈탄소화의 높아진 압력을 소화해야 한다”며 “플라스틱 관련 정책과 규제는 강화될 것이고, 지속가능한 패키징 개발 및 적용을 확대해나갈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